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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불평등 해소’라는 국가 경쟁이 필요하다 / 체마 베라

등록 2020-10-12 17:58수정 2020-10-13 02:41

체마 베라 ㅣ 옥스팜 인터내셔널 총재

“뉴질랜드에 살았다면 더 나았을까? 아니면 한국?”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주변에서 종종 듣는 얘기다. 확실히 현재 충분히 안전한 곳은 없다. 그러나 확실히 일부 국가가 전염병을 극복하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다. 아프리카 동료들은 르완다라고 말하고, 유럽 동료들은 노르웨이를 꼽는다.

자, 이제 질문할 시간이다. 전세계 각 정부가 이 위기에 얼마나 준비가 되어 있었는지, 그리고 더 많은 죽음과 굶주림을 막기 위해 지금부터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지난 8일 옥스팜과 국제개발금융은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IMF) 온라인 연차총회를 앞두고 이러한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를 발표했다. 158개국을 대상으로 분석한 ‘불평등해소실천'(Commitment to Reducing Inequality) 지표는 노동정책과 조세제도를 비롯해 보건의료, 교육과 같은 공공서비스 분야 지출을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그 결과, 국제사회는 아부자 선언에 따라 국민건강을 위해 총예산의 15%를 보건의료 부문에 지출하도록 권고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이를 따르는 국가는 전체 158개국 중 26개국에 불과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에도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103개국에서는 최소 3분의 1에 해당하는 노동인구가 유급병가와 같은 기본적인 노동정책의 혜택을 보장받지 못했고 전세계 노동인구의 22%만이 실업과 질병에 대한 적절한 사회적 보호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가량의 국가엔 성폭력에 대한 적절한 법률이 없으며, 싱가포르를 포함한 10개국엔 동등한 임금이나 성차별에 대한 법률이 없다.

전세계 대부분의 정치·경제계 리더들은 불평등을 걱정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정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다. 몇몇 국가 외 불평등에 대한 무대응으로 대부분의 국가는 전염병 팬데믹 상황을 견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이는 곧 수백만명의 죽음과 수억명의 빈곤으로 이어졌다.

최근 코로나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된 아프리카 최대 경제국인 나이지리아와 인도는 불평등 해결에 있어 세계에서 가장 나쁜 성과를 내는 국가라고 할 수 있다. 인도 국민의 절반만이 가장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으며 대유행 기간 동안 인도의 여러 주에서는 하루 근무시간을 8시간에서 12시간으로 늘리고, 최저임금법안을 중단하는 구실로 코로나19 사태를 이용했다.

부유한 국가가 잘하고 가난한 국가가 열악한 것도 아니다. 미국은 부유한 G7 국가 중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반노조 정책과 낮은 최저임금으로 인해 노동정책 부문에서 라이베리아와 같은 17개 저소득 국가를 뒤쫓고 있다. 코로나19가 수백만명의 취약계층이 제외된 미국의 의료시스템상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도 우려되는 사항이다. 백인 가구 70%가 건강보험에 가입돼 있지만 흑인 가구는 10%에 불과하다. 보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타이가 한해 의료비용으로 1인당 277달러를 지출하는 반면, 미국에서는 1인당 1만1천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2200만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함으로써 전염병에 기민하게 대응한 한국도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몇년간 한국은 최저임금을 인상하고, 보건의료와 교육에 대한 지출을 늘리는 동시에 부자들에 대한 세금을 인상했다. 이것이 바로 불평등을 없애는 리더십이다.

일부 국가는 불평등을 해결하기 위해 전체 전략을 재조정하고 있다. 뉴질랜드는 전체 예산 편성의 중심을 경제성장이 아닌 ‘웰빙'에 맞추고 아동 빈곤과 같은 문제 해결에 나섰다. 베트남은 향후 10개년 계획의 핵심을 불평등 감소로 잡았다.

무한 성장을 추구하며 조세제도와 노동정책, 공공재를 간과한 코로나19 이전 시대가 어떤 결과를 초래했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이제 전세계 정부는 불평등 해소라는 새로운 경쟁에 나서야 한다. 경쟁하듯 치열하게 노력하고 협력해야 한다. 코로나19 확산에서도 경험했듯이 병원에 가거나 직장을 잃었을 때 사회적 안전망이 있느냐 없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정부의 선택으로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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