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왜냐면

[왜냐면]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된 한반도 / 예상욱

등록 2020-11-04 18:06수정 2020-11-05 02:38

최장의 여름 장마 뒤 오는 겨울

예상욱 ㅣ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세계적인 미래학자인 제러미 리프킨은 인류가 고민해야 할 단 한 가지의 화두가 있다면 그것은 ‘기후변화’이며, 나아가 코로나는 기후변화가 낳은 팬데믹이라고 지적하였다. 지구온난화로 전 지구의 물 순환이 교란되면서 생태계가 붕괴하였고, 이로 인해 서식지가 파괴된 야생동물의 몸에 올라탄 바이러스가 인간 곁으로 와 에볼라, 사스, 메르스 그리고 코로나와 같은 팬데믹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주장의 진위를 떠나 ‘기후변화’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현재 우리의 일상에서 직접 맞닥뜨리고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16년과 2018년 여름철 열파, 2019년 봄철 열파, 2019년 겨울철 난동 그리고 올해 6월 이상고온, 7월 이상저온, 50여일의 긴 장마, 8월 한달 내 연속 접근한 3개의 태풍과 같이 이상기상이 빈번하게 발생하였다. 이상기후가 우리나라 기후의 뉴노멀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남극 빙하, 동굴의 석순 그리고 나무의 나이테에서 얻을 수 있는 과거 기후 정보들은 지구의 기후가 끊임없이 변동하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과거에도 기후는 자연적인 변동성을 가지고 있었다. 기후가 따뜻한 시기도 있었고 차가운 시기도 있었다. 그러나 과거의 기후는 일정한 평균값에서 ‘변동’하였고 그 크기는 지구의 자연과 인류가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범위에 국한되었다.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지난 150여년 동안의 짧은 기간에 지구의 기후는 지속적이고 유의한 변화 경향성 즉 ‘기후변화’ 현상을 뚜렷이 보여주고 있다. 국립기상과학원의 <한반도 100년의 기후변화 보고서>에 의하면 지난 100년간 우리나라 평균 기온에서도 이러한 자연적인 기후 변동성과 함께 지속적이고 유의하게 기온이 상승하는 기후변화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의 심각한 문제 중의 하나는 지구가 원래 가지고 있었던 기후 변동성이 자연적인 범위를 벗어나 이상기후와 극한기후 현상과 같은 급격한 기후 변동성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다. 우리나라 전역에서 올해 6월 평균 기온은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1위를 기록했으나, 7월은 44위를 기록하여 처음으로 7월의 평균 기온이 6월의 평균 기온보다 낮았다. 한달 사이 급격한 변동성이 나타난 것이다. 지난 4년간 우리나라 여름철 장마는 ‘마른장마’였으나, 올해는 50여일의 역대 최장 기간에 걸쳐 많은 강수량을 기록하였다. 우리나라에서 기후변화와 함께 급격한 기후 변동성이 나타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들이다.

올여름 경험했듯이 급격한 기후 변동성은 집중호우나 열파와 같은 극한기상과 이상기상을 동반하게 되며, 이들의 빈번한 발생은 경제, 사회, 산업 분야뿐만 아니라 국민 보건과 에너지 분야에도 막대한 피해를 유발한다.

현재 우리는 코로나19로 일상이 무너지면서 ‘비대면’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이 요구되는 뉴노멀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극한기상과 이상기상이 예고도 없이 발생하는 급격한 기후 변동성과 함께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될 시대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 빠르고 선제적인 검진이 케이(K)방역의 핵심인 것처럼 정부는 국민에게 이상기후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먼저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지난해부터 기상청이 ‘기후서비스 포럼’을 통해 국민에게 우리나라 기후변화와 이상기후의 특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적절하고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에 멈추지 않고 한발 더 나아가 국가 주도의 기후변화 과학 전문 싱크탱크를 만들고 우리 곁에 다가온 뉴노멀을 극복하기 위한 기후변화 과학 연구를 서둘러야 한다. 이상기후가 뉴노멀인 시대에는 날씨 예측과 기후 예측의 정확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과학적 지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과학적 이론과 접근 방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제 곧 겨울이 다가온다. 올겨울 우리나라 그리고 지구촌 곳곳에서 어떤 이상기상과 극한기상이 발생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케이방역으로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였듯 이상기후가 뉴노멀이 될 시대에서도 정확도 높은 기후 예측과 새로운 기후변화 과학으로 다시 한번 그 위상을 높이게 될 날을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1.

법원 방화까지 시도한 10대 구속, 누구의 책임인가 [사설]

[사설] 윤석열 구속기소, 신속한 재판으로 준엄히 단죄해야 2.

[사설] 윤석열 구속기소, 신속한 재판으로 준엄히 단죄해야

눈 떠보니 깡패국가 [서울 말고] 3.

눈 떠보니 깡패국가 [서울 말고]

책 한권에 수많은 노동이 깃들어 있다 [6411의 목소리] 4.

책 한권에 수많은 노동이 깃들어 있다 [6411의 목소리]

[사설] 한파 속 파면·구속 외친 민심, 한 대행 더 시간끌기 말라 5.

[사설] 한파 속 파면·구속 외친 민심, 한 대행 더 시간끌기 말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