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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특파원 칼럼] ‘가짜뉴스’ 명분삼은 홍콩의 미래

등록 2021-06-27 17:47수정 2022-02-04 17:01

정인환ㅣ베이징 특파원

말레이시아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것은 지난 1월12일이다. 무히딘 야신 총리의 요청을 압둘라 국왕이 받아들이는 형식이었다. 급격히 확산되는 코로나19를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했다. 8월1일까지로 시한을 정했지만, 상황에 따라 연장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헌정 질서를 우회하는 길이 열린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비상사태 선포 두달 만인 3월11일 이른바 ‘가짜뉴스’에 대한 처벌 수위를 대폭 강화한 비상령을 발동했다. 코로나19 등과 관련해 ‘전체 또는 일부’라도 거짓인 정보를 제작·반포·배급·회람하면 최대 징역 3년형에 처할 수 있게 됐다.

현지 <베르나마> 통신의 보도를 종합하면, ‘가짜뉴스’ 여부는 당국이 판가름한다. 경찰이 가짜뉴스라고 판단하면, 곧바로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당국이 법 집행과 관련해 ‘선의’로 저지른 실수에 대해선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규정도 마련됐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넘쳐나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 차단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지만, “방역 실패에 따른 비판 여론 잠재우기용”이란 비난이 봇물이 터지듯 했다. 국제언론인협회(IPI)의 집계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최근까지 과도한 가짜뉴스 단속법령을 도입한 국가는 아시아·태평양 7개국, 유럽 5개국을 포함해 모두 18개국에 이른다.

‘가짜뉴스’란 표현의 세계적 대유행의 ‘공로’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에게 돌릴 만하다. 그는 자신에게 불리한 모든 정보를 ‘가짜뉴스’로 규정했다. 미 의회도서관이 2019년 4월 세계 15개국의 가짜뉴스 대처 입법 사례를 모은 111쪽 분량의 보고서를 내놓은 것도 트럼프 행정부의 내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보고서에는 중국 사례도 등장한다. 엄격한 언론 통제와 인터넷 검열에도, ‘가짜뉴스’는 중국에도 존재한다. 보고서는 중국 최대 소셜미디어인 위챗(웨이신)을 운영하는 텐센트(텅쉰)가 2019년 1월 펴낸 연차보고서 내용을 따 “텐센트 쪽이 2018년 한해 삭제한 ‘가짜뉴스’는 무려 8만4천여건에 이른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중국에는 ‘가짜뉴스’ 단속법령이 존재했다. 중국 제12기 전국인민대표대회는 2015년 8월29일 열린 제16차 상무위원회에서 형법 일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전염병과 재난을 비롯한 각종 위기 상황에서, 정보 통신망이나 기타 매체 등을 통해 공공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는 거짓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면” 3년 이상 7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뼈대다.

변호사 겸 시민기자인 장잔(37)은 지난해 2월1일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했다. 그는 같은 해 5월14일 체포되기 전까지, 코로나19로 봉쇄된 우한의 현실을 위챗 등을 통해 외부로 알린 바 있다. 지난해 12월28일 상하이 푸둥 신구 인민법원은 “싸움을 걸고 문제를 일으켰으며, 사실을 왜곡하고 거짓 정보를 유포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장잔에게 징역 4년형을 선고했다.

중국과 홍콩 당국을 겨냥해 비판의 날을 세워온 <핑궈(빈과)일보>가 지난 24일치를 발행한 뒤 폐간됐다. 앞서 크리스 탕 경무처장(경찰청장 격)과 존 리 보안국장(장관급)은 지난해 6월 말 홍콩보안법 발효 직후부터 ‘가짜뉴스 처벌법’ 제정을 촉구하며, 그 온상으로 <핑궈일보>를 지목해왔다. 두 사람은 25일 각각 보안국장과 홍콩 정부 2인자인 정무사장으로 영전했다.

“홍콩 사회에서 경찰에 대한 적대감이 커진 것은 가짜뉴스 때문이다.” 레이먼드 시우 신임 경무처장은 지난 26일 취임 뒤 첫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현재로선 무엇이 ‘가짜뉴스’인지에 명확한 법적 정의가 없지만, 관련 법이 제정되면 이를 법의 심판대에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콩 공안당국의 ‘다음 과제’가 무엇인지 자명해졌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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