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유럽집행위원회(EC)가 2030년 탄소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한다는 목표로 지난 14일 방대한 정책 입법안(‘fit for 55’)을 발표했다. 입법안은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금지를 포함해 강해진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평을 받는다. 국내에도 많은 보도가 이어졌다. 그만큼 파리협정에 따른 신기후체제 변화에 다들 관심이 많다.
한편에선 입법안 중에 유럽 환경단체들이 강하게 반대해온 정책의 틀이 유지된 채 포함돼 논란도 이어진다.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재생에너지로서 목재를 활용하는 산림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이 그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이로 인해 온실가스가 늘어나고 숲 파괴가 계속될 것이라며 비판한다. 많은 과학자들도 이런 우려에 힘을 실었다. 지난 2월 세계 과학자 500명은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유럽, 미국, 일본 등의 정상에게 공개편지를 보내어 산림 바이오매스 지원 정책을 중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기후변화 시대에 더 많은 숲과 나무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보통사람의 인식과 달리, 현실에서는 이 정책을 둘러싼 지지와 우려의 주장이 저마다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몇년째 팽팽하게 맞서왔다.
복잡하게 얽힌 정책 논란의 안쪽에서는 목재를 ‘탄소중립’의 재생에너지로 볼 수 있느냐의 문제가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듯하다. 이를 지지하는 과학자들과 정책결정자들은 목재가 온실가스의 순증가를 일으키지 않는 탄소중립의 자원이라고 평가한다. 숲과 나무의 순환을 지속 가능하게 잘 관리한다면, 노령목과 불량목을 베고 어린나무를 심어 탄소흡수력을 한층 높이며 또한 목재를 연료로 활용해 석탄발전을 대체하는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지속 가능한 산림 관리와 순환 경제는 중시된다.
이를 우려하는 과학자들은 다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 산림 바이오매스 발전이 유해물질과 더불어 더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며 어린나무가 탄소흡수력을 회복하기까지는 수십년 넘게 걸리므로 탄소중립은 명백히 잘못된 계산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숲 토양과 생물다양성의 파괴는 계산에 고려되지 않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1월 산림청이 ‘탄소중립 산림부문 추진전략’을 발표한 이후 비슷한 논란이 국내에서도 본격화했다. 아직은 우리에게 생소한 논란이다. 찬반론은 모두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강조하고 각자 과학 근거를 제시한다. 그래서 논란을 충분히 정리하기는 간단치 않아 보인다. 어쩌면, 그래서 논란은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그래야 무엇을 왜 어떻게 선택할지가 선명해질 수 있다. 또한 정책 결정에는 여전히 따져볼 게 많다. 나무가 숲을 이루지만 숲은 나무만의 세계가 아니라 훨씬 깊고 다양한 세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