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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공룡 화석과 아프리카인의 토착 지식

등록 2024-01-09 19:13

메갈로사우루스류 수각류 공룡인 아프로베나토르의 뼈 화석. 몸길이가 7m로 추정되며, ‘아프리카의 사냥꾼’으로 불린다. 서부 아프리카의 니제르 아가데즈 지역에서 1993년 발견됐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공룡’이라는 이름은 1842년 처음 만들어졌다. 영국 런던 자연사박물관장인 리처드 오언은 당시 발견되던 파충류를 닮은 기이한 화석들의 주인인 고생물을 한데 묶어 공룡(dinosaur)이라고 명명했다. 그리스어로 ‘무시무시한 도마뱀’이란 뜻이다. 19세기는 서구 제국의 식민지였던 아프리카, 아메리카 등지에서 많은 공룡 화석이 발굴되면서 고생물학이 빠르게 성장하던 시기였다. 공룡 뼈 최초 발견은 이보다 훨씬 앞선 17세기에 있었다. 1677년 영국 자연사학자 로버트 플롯이 거인의 뼈 화석으로 오인해 발표했다가 훗날 정정됐지만, 아무튼 그는 공룡 화석의 최초 발견자로 기록되어 전해진다.

공룡 화석 발견 이야기는 고생물학 분야에 한정하지 않는다면 사실 훨씬 먼 과거에서 시작한다. 최근 영국 지질학회 특별호에 실린 논문 ‘아프리카의 고생물학 토착 지식’은 고생물학 등장 이전 아주 오래전부터 공룡 화석을 관찰하고 경험하며 이야기해왔던 아프리카의 풍부한 토착 지식을 전해준다.

논문을 쓴 남아공 고생물학자 중심의 공저자들은 고생물학 연구논문과 화석 증거, 그리고 민담, 전설에 담긴 토착 지식을 종합해 고생물학과 토착 지식의 관계를 되짚어본다. 이들은 “지금까지 수집된 증거들을 보면 아프리카 원주민의 공룡 뼈 발견의 시기는 1800년대부터 식민지 이전 시대, 그리고 최대 수천년 전까지 다양하다”고 말한다.

특히 레소토 왕국의 볼랄라 유적지는 아프리카인이 일찍이 공룡 화석을 알고 있었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곳은 몸길이가 4~6m나 되는 2억년 전 초식공룡 마소스폰딜루스의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유적지인데, 1100~1700년 코이산족과 바소토족이 살았다. 이곳의 한 동굴에서 발굴된 공룡의 손발 뼈 화석은 여러 증거로 볼 때 당시 원주민이 공룡 뼈를 수집해 옮겨 보관한 것임을 보여준다. 공룡 뼈를 수집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아프리카에서 공룡 화석 발견이 고생물학의 역사보다 오래됐음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아프리카에서 공룡 화석은 지금은 사라진 거대한 고대 낙타, 또는 사람을 잡아먹는 괴물이나 용처럼 생긴 존재를 뜻하는 여러 이름으로 불리었다.

논문 저자들은 서구 탐험가나 고생물학자들이 화석들을 모두 발견했다는 식의 역사 서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많은 발견이 토착 지식 덕분에 가능했다. 예컨대 남아공에서 수궁류 공룡 화석들이, 동아프리카에서 호미닌 화석들이 발견된 데에는 투아레그족, 코이산족, 마사이족 같은 현지인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토착 지식 이야기가 아주 새로운 건 아니다. 그래도 이 논문이 신선하게 읽히는 이유는 그런 토착 지식이 고생물학자들에 의해 정식으로 다뤄졌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토착 지식을 낡고 미신적이고 잘못된 지식으로만 여기던 시절을 생각하면, 토착 지식을 복원하는 연구자들의 시도와 이 논문을 실은 영국 지질학회 편집진의 결정이 새롭게 느껴진다. 이들은 토착 지식의 기억을 복원하는 일이 고생물학 지질유산을 원주민과 연구자가 함께 이해하고 보호하는 데에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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