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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북극 얼음 걱정’ 해수면이 다가 아니다

등록 2021-08-10 15:36수정 2021-08-11 02:35

오철우|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북극 그린란드의 얼음이 빠르게 녹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국내에서도 여름에 빠지지 않는 뉴스가 됐다. 2019년보다 덜하다지만 올해에도 많은 얼음이 녹아 바다로 흘러들었다. 북극 얼음과 기후변화 관측 자료를 보여주는 덴마크 웹사이트 ‘폴라 포털’은 올해에도 8월1일까지 닷새 동안만 따져 410억톤의 그린란드 얼음이 녹았다고 발표해 언론에 보도됐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당장 떠오르는 걱정은 해수면 상승이다. 하지만 큰 걱정거리가 또 있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서 대서양 해류에 중요하게 작용하는 바다 순환 시스템이 약해진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남쪽 열대의 따뜻한 바닷물을 북쪽 바다에 전함으로써 비교적 온후한 날씨를 만들어주는 대서양 순환 시스템이 약해지면 대서양에 닿아 있는 유럽과 북아메리카에 기상 교란이 잦아지리라는 예측도 이어진다. 바다를 통한 열 공급이 줄어드는 유럽에는 더 강한 한파가 나타날 수 있다.

그동안의 관측과 시뮬레이션 연구를 보면 이런 대서양 순환 시스템의 안정성을 깨는 데 그린란드 얼음이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그린란드 얼음이 많이 녹을수록 바닷물 염도는 떨어진다. 그러면 고염도로 무거워 밑으로 가라앉는 북극 바닷물의 양은 전에 비해 줄어든다. 그만큼 멕시코만류에서 시작한 남쪽의 따뜻한 표층수가 북쪽으로 흘러들 여지도 줄어든다. 북극의 차갑고 무거운 바닷물은 가라앉아 해저에서 남쪽으로 흐르고, 대신에 열대의 따뜻한 바닷물이 표층수로 흘러드는 이른바 ‘대서양 자오선 역전순환’(AMOC)이라는 거대한 대서양 순환의 컨베이어 벨트 작동이 느려지는 것이다.

몇해 전부터 이런 대서양 순환이 약해졌다는 연구 발표가 부쩍 늘었다. 2018년 북대서양 해역 퇴적층을 조사한 연구에서는 대서양 순환이 1850년 이래 약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에는 수온과 염도 변화를 추적한 새로운 연구가 <네이처 기후변화>에 발표됐다. 독일 연구진은 대서양 순환이 돌이키기 힘든 ‘약한 순환 모드’로 향하고 있다는 우울한 결과를 전했다. 물론 북극 얼음이 녹는 현재 상황이 당장 거대한 대서양 순환을 깰 정도까지는 아니라지만 유럽과 미국 언론은 언제 닥칠지 모를 ‘티핑 포인트’에 우려를 나타냈다.

기후변화는 전에 생각하지 못했던 숨은 연결을 드러낸다. 북극 얼음이 녹으면 수온과 염도 차이가 일으키는 바다 순환 시스템을 교란한다. 그것이 한파, 열파, 가뭄 같은 이상기후를 일으킨다. 대서양의 변화는 하나로 연결된 지구 오대양 전체의 순환에 영향을 줄 것이다. 북극에 갈 일 없이 사는 우리에게도 북극 얼음 소식이 걱정거리일 수밖에 없는 기후위기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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