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철ㅣ코인데스크코리아 편집장 머지포인트의 할인율은 무려 20%다. 8000원만 내면 스마트폰 앱에 머지머니 1만원이 충전된다. 머지포인트로 결제할 수 있는 가맹점은 6만곳이 넘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와 같은 대형마트부터 씨유(CU), 지에스(GS)25, 이디야, 파리바게뜨 등 대형 프랜차이즈에서도 쓸 수 있었다. 머지포인트의 홍보 문구는 ‘내 주변 카페부터 맛집까지 20% 무제한 할인’. 올해 초엔 이마트24에서 이동통신사 할인까지 더하면 정가 16만원이 넘는 애플펜슬을 11만원 초반에 살 수 있어 화제가 됐다. 입소문이 나면서 계산에 밝은 ‘알뜰족’들이 몰렸고 그럴수록 가맹점은 늘어났다. 이용자 100만명이 월평균 300억~400억원을 사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예산으로 할인판매하는 지역사랑상품권의 할인율은 5~10% 수준이다. 그럼에도 판매 몇분 만에 매진되기도 한다. 신용카드도 마케팅비를 태워 할인이나 캐시백을 해주지만, 연회비나 전월 실적 등의 조건이 붙는다. 그런데 머지포인트는 어떻게 “조건 없이 무제한 20% 할인”할 수 있었을까. 의도한 적자라는 게 머지포인트의 설명이다. 쿠팡, 마켓컬리처럼 사업 초반에는 적자를 버티면서 고객을 확보한 뒤, 규모의 경제를 이용한 수익모델을 만들려는 계획이었다고 주장한다. 머지포인트 논란 중 하나는 폰지 사기 여부다. ‘폰지 사기’는 신규 투자자의 돈으로 기존 투자자에게 배당이나 이자를 지급하는 형태를 말한다.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것이다. 주로 불법 다단계에서 사용하는 방식으로 지속 가능하지 않아 마지막에 들어온 이들이 피해자가 된다. 자본금 30억원인 운영사 머지플러스가 1000억원 이상의 머지머니를 팔 수 있었던 건 폰지 사기였다는 시각이 있다. 기존 이용자가 받은 20% 할인 혜택은 신규 이용자의 돈에서 나왔다는 주장이다. 실상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니 곧 나올 것이다. 그런데 머지포인트의 수익모델은 사실 문화상품권과 비슷한 구석이 있다. ‘컬쳐랜드 문화상품권’을 발행하는 한국문화진흥의 영업손실은 2019년 35억원, 2020년 51억원이다. 그럼에도 생존하는 비결은 낙전수입이다. 문화상품권의 소멸기한은 발행 후 5년이다. 한국문화진흥은 2019년 112억원, 2020년 126억원의 소멸시효 경과 이익을 영업외수익으로 넣었다. 머지머니의 소멸기한도 5년이다. 머지포인트가 사업을 2019년에 시작했으니 2024년부터는 낙전수입이 발생한다. 머지포인트는 디지털 버전의 문화상품권 발행사가 되려 했을까? 머지포인트의 담대한 비전은 작동하기 전에 환불 대란에 부딪혔다. 금융감독원은 미등록 업체인 머지포인트가 전자금융업자(선불지급수단)로 등록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당국이 금융기관을 규제하는 이유는 대부분 이용자 보호를 위해서다. 자금 등 일정 자격을 갖춰야 하고, 파산을 대비해 고객의 예치금을 외부 기관에 보관해야 한다. 그러나 머지포인트는 그동안 미등록 영업을 해 이런 의무가 없었고, 머지머니 발행액과 예치금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만약 머지포인트가 문을 닫는다면 이용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머지포인트 사태를 보면서 자꾸 코인(가상자산)이 떠올랐다. 금융위원회에선 코인을 ‘폰지 사기’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신규 투자자의 돈이 들어와야 기존 투자자가 돈을 버는 구조라는 것이다. 주식회사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들어 팔고 수익을 내서 배당을 준다. 주식 가격이 우상향할 수 있는 이유다. 반면 상당수 코인 프로젝트는 코인만 발행하고 이를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아직 내놓지 못한 경우가 많다. 코인이 투자자산으로만 존재하고 수익모델을 만들지 못한다면 머지포인트와 같이 신뢰를 잃고 몰락할 수도 있다. 그나마 게임을 하면서 코인을 벌 수 있는 액시 인피니티, 엔에프티(NFT·대체불가능토큰) 시장이 커질수록 수요가 생기는 이더리움 같은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코인 투자자라면 나중에 누군가 더 비싼 가격에 사줄 거라는 기대만 쫓기보단 이 코인이 활용되는 서비스가 있는지 살펴보길 추천한다. juan@coindesk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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