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ㅣ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미래 에너지원으로 기대를 모으는 핵융합 발전의 가능성에 조금 더 다가서는 실험 결과가 최근 낭보로 전해졌다. 미국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가 핵융합 실험에서 투입한 에너지의 70%가량 에너지를 핵융합 반응에서 얻어내는 성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70%는 핵융합 연구자 사회에서 큰 성과로 받아들여졌다.
핵융합을 전기 생산에 쓰려면 핵융합 반응이 한번이 아니라 계속 일어나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들인 에너지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핵융합에서 얻어야만 한다. 이런 조건을 충족할 때 핵융합 ‘점화’라 부르는데, 이번 실험이 그 점화의 순간에 한 발짝 더 다가섰다는 점에서 주목받는 것이다.
실험은 축구장 3개 면적의 거대 시설에서 이뤄졌다. 192개의 레이저가 사용됐다. 레이저들을 연필 지우개만한 작은 표적 통에 일제히 쏘아 그 안에 든 중수소와 삼중수소 연료에서 핵융합이 일어나게 했다. 순간적으로 1.35메가줄(MJ)의 핵융합 에너지가 생성됐다. 들어간 에너지가 1.9메가줄이고 나온 에너지가 1.35메가줄이니까 점화의 조건을 70%가량 이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여러 관련 뉴스를 좇아가며 읽다 보니, 핵융합에 대한 기대가 근래 다시 높아지는 분위기도 읽힌다. 영국, 중국 등이 핵융합 연구개발의 새로운 로드맵을 제시하고, 핵융합 연구기업과 민간 연구 프로젝트도 활기를 띤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비상한 대응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앞당겨 개발했듯이 핵융합 에너지의 시간표도 앞당길 수 있을까?
섣부른 낙관에 거리를 두는 현실론도 많다. 레이저 핵융합 실험의 연구자는 미국 <엔비시 뉴스> 보도에서 핵융합 에너지가 여전히 미래 기술이기 때문에 지금 닥친 기후 문제를 해결하고자 핵융합에 베팅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경계했다. 프랑스 핵융합 전문가는 전문가매체 <더 컨버세이션>에서 핵융합 기술이 빠르게 진전해도 2060년에나 세계 에너지 수요의 1%에 도달하리라고 내다봤다.(물론 이후에 가속 발전이 일어날 수 있다.)
현재 가장 유명한 핵융합 프로젝트로는 한창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가 꼽힌다. 한국이 함께 참여한 이 국제 핵융합로는 2025년 완공되며 2035년 완전한 핵융합 발전을 시연한다는 시간표를 세워두고 있다. 핵융합 상업운전이 널리 쓰이는 데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그래서 핵융합 꿈의 에너지를 바라보는 우리 시선은 열정과 냉정 사이에 놓일 수밖에 없다. 포기할 수 없는 도전 과제이면서도 지구환경과 에너지 현안을 푸는 문제에서는 당장의 기대를 거두어야 한다. 레이저 핵융합 실험의 낭보는 미래 기대와 현재 현실이 부대끼는 틈바구니에서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