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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배터리가 바꾸는 세상

등록 2021-09-28 13:43수정 2021-09-29 02:33

오철우|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쉽게 잊히곤 하는 공기 같은 기술들이 있다. 흔한 전자기기 안에 들어가 모습을 감춘 배터리가 그렇다. 점점 가벼워지고 오래가는 배터리는 어디에서나 누구와도 쉽게 연결되는 초연결사회의 기반이 되었다. 배터리가 없었다면 스마트폰과 휴대용 기기가 넘치는 요즘의 길거리, 지하철, 카페 풍경은 확연히 달랐을 것이다. 배터리는 더 많은 것을 바꿨다. 2030년대 중반엔 배터리 전기차가 자동차의 절반을 차지하리라는 예측도 나온다. 바뀐 세상을 둘러보면 리튬이온 배터리의 발명과 발전에 기여한 미국·일본 공학자 세명이 2019년에야 노벨화학상을 받은 건 사실 늦은 감도 있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씨앗은 역설적으로 거대 석유기업에서 싹텄다. 노벨위원회 설명자료를 보면, 1970년대 초 엑손은 석유 이후 시대를 내다보면서 에너지 신기술의 기초연구를 적극 지원했다. 이 시기에 미국 공학자 스탠리 휘팅엄은 가장 가벼운 금속원소이자 자신의 바깥쪽 전자 하나를 쉽게 내주고 돌려받는 원소 리튬(Li)에 주목했다. 리튬의 속성을 활용해 전기에너지를 충전하고 방전하는 새로운 원리의 장치가 처음 만들어졌다.

대단한 기술의 탄생이 대부분 그렇듯이 리튬이온 배터리도 바로 완성되진 못했다. 다른 공학자 존 구디너프가 양극 재료를 개선해 전압을 두 배로 높였고 일본 공학자 요시노 아키라가 음극 재료를 바꿔 효율과 안전성을 높였다. 리튬이온 배터리는 1991년에야 시장에 나왔다. 노벨위원회는 이들이 “무선 사회, 화석연료 없는 사회의 조건을 창조”했다고 평했다.

무선화와 전기차 시대를 이끄는 배터리가 다시 도전을 맞는 듯하다. 유럽에서 2035년 내연기관 신차 판매를 금지하는 입법안을 발표하고 여러 자동차 기업도 그 무렵까지 화석연료 자동차 판매 중단을 이루겠다고 나선 터라, 한 세대 뒤엔 내연기관 자동차를 찾아보기도 쉽지 않을 듯하다. 그만큼 배터리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

그러면서 현재 배터리 기술이 미래에도 역할을 다할 수 있을지를 짚어보는 전문매체들의 특집기사도 잇따른다. 전기차 시대에 닥칠 엄청난 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까? 리튬이온 배터리에 쓰이는 희소 물질인 리튬과 코발트의 채굴 경쟁이 환경 파괴로 이어지지 않을까? 코발트의 최대 생산국 콩고에서 아동노동과 인권 문제가 제기되면서 ‘윤리적인 배터리’도 쟁점이 됐다. 다 쓴 배터리를 쉽게 해체할 수 있는 기술, 재활용하는 기술은 전기차 시대에 꼭 갖춰져야 한다. 귀한 리튬 대신에 흔한 나트륨, 마그네슘 같은 원소를 쓰는 배터리의 개발도 주목받는다.

배터리는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런 배터리를 더욱 친환경 기술로 바꾸려는 사회의 요구와 연구 현장의 노력도 뜨거워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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