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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누가 마춘만을 두려워하는가

등록 2021-09-30 18:27수정 2021-10-01 02:32

[특파원 칼럼] 정인환|베이징 특파원

10월1일은 중국의 ‘국경절’이다. 1949년 그날, 마오쩌둥은 천안문 망루에 올라 “오늘 중화인민공화국 인민정부가 수립됐다”고 선포했다. 7일간 연휴가 이어진다. 수도 베이징에선 30일 오전부터 교통 체증이 시작됐다.

홍콩 경찰도 바빠졌다. 9월30일과 10월1일, 48시간 동안 8천여명을 동원해 특별 경계근무에 나섰다. 테러 대응팀과 시위 전담 체포조까지 투입됐다. 국경절 기념식이 열릴 행사장 주변이 삼엄해졌다. 무엇이 두려운 걸까?

“혐의 내용을 잘 이해했습니다. 무죄를 주장합니다.”

지난 28일 홍콩판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사상 두번째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인은 통잉킷(24)과 토니 청(19)에 이은 홍콩보안법 위반 혐의 ‘3호 기소자’ 마춘만(31)이다.

통잉킷은 홍콩보안법 발효 직후인 지난해 7월1일 오토바이에 ‘광복홍콩 시대혁명’ 구호가 적힌 깃발을 매달고 시위를 벌이다, 제지하는 경찰에 체포됐다. 깃발에 적힌 구호가 그의 ‘분리독립 선동’ 혐의의 증거가 됐고, 오토바이를 타고 경찰과 충돌한 행위가 ‘테러’로 인정됐다. 지난 7월 징역 9년형에 처해진 그는 항소심을 준비 중이다.

다섯차례 체포와 보석 석방을 반복했던 마춘만은 지난해 11월 여섯번째 체포된 이후 수감 상태로 재판을 기다려왔다. <홍콩 프리 프레스>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그는 지난해 8월15일부터 11월22일까지 모두 20차례에 걸쳐 ‘분리독립’을 선동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춘만은 2019년 송환법 반대 시위에도 빠짐없이 참석했다. 시위 때마다 그는 영화 속 주인공 복장을 하고 나타났다. 2014년 행정장관 직선제를 주장하며 79일 동안 홍콩 도심 점거시위를 벌였던 우산혁명 당시에 등장했던 ‘캡틴 아메리카’를 따라 한 행동이었다. 시위대는 마춘만을 ‘캡틴 아메리카 2.0’이라 불렀다.

29일 마춘만 사건에 대한 이틀째 공판이 열렸다. 검찰 쪽이 맨 먼저 증거물로 제출한 것은 검은 티셔츠 다섯벌이었다. 증인으로 출석한 홍콩 경찰 보안법 전담 수사팀 요원은 그의 집을 압수수색하던 중 문제의 티셔츠를 발견했다고 말했다. 셔츠에는 중국어로 “침묵하고 사느니, 말하다 죽겠다”는 구호가, 영어로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는 구호가 각각 적혀 있었다.

검찰 쪽은 이날 공판에서 마춘만이 시위를 벌이는 장면 등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영상 18편과 경찰이 직접 촬영한 영상 2편도 공개했다. 영상 속 마춘만은 거리에서, 쇼핑몰에서, 정부청사 부근에서, 경찰서 정문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콩 독립만이 유일한 출구다” “홍콩인 스스로 나라를 세우자” “하나의 국가, 하나의 홍콩” “광복홍콩, 시대혁명”.

검찰 쪽은 “피고인은 모두 열세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서도 반복적이고 분명하게 ‘홍콩 독립’을 촉구했으며, 매달 닷새씩 정해 함께 구호를 외치고 독립을 요구하자고 선동했다”고 강조했다. 마춘만은 지난해 수감에 앞서 한 언론 인터뷰에서 “공공장소에서 ‘홍콩 독립 등’을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는 행위는, 기껏해야 무단횡단 같은 경범죄에 견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날 공판에서 홍콩의 헌법 격인 기본법을 근거로 이렇게 반박했다.

“홍콩보안법은 기본법의 하부 법령일 뿐이다. 기본법 27조는 ‘모든 홍콩인은 표현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린다’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홍콩 독립을 요구한다. 발언은 위법이 될 수 없다. 구호는 범죄가 아니다. 독립을 주장하고, 모여 토론하는 것은 처벌의 대상일 수 없다.” inh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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