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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 거는 한겨레] 크고 작은 실험을 해나가면

등록 2021-11-14 19:21수정 2021-11-15 02:34

정은주ㅣ콘텐츠총괄

1. ‘독자와 선순환 관계를’이라는 ‘말 거는 한겨레’를 쓰고 몇 통의 전자우편을 받았습니다. 광주의 한 독자는 “하고 싶은 말들이 참 많아도 할 곳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칼럼을 읽고는 소통할 곳을 찾아 참 기뻤다며 앞으로 문의·건의·애로사항 등을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한겨레신문 읽기로 아침을 시작하는 또 다른 독자는 A4용지 4장 분량의 글을 보내왔습니다. 그는 정보를 전달하는 기사는 제목만 보거나 시작 결론 부분만 훑어본다고 했습니다. 이미 전날 포털사이트로 주요 뉴스를 다 봤기 때문이죠. 대신 심층 기사와 칼럼은 남김없이 읽는답니다. “한겨레가 더 많은 독자를 끌어들이려면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분야를, 즉 가려운 곳을 제대로 골라 심층 보도하고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 구조적 문제가 해소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2019년 요양보호사 삶을 취재한 ‘대한민국 요양보고서’와 최근 공무원의 관내 출장비 부정수급 의혹을 제기한 기사를 그런 사례로 꼽았습니다. 앞으로 공기업과 유관 기업 간의 유착 관계를 심층 보도해 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전자우편은 아니지만 ‘(저널리즘)책무실 통신’에서도 언급됐습니다. 한겨레는 2007년 취재보도준칙을 제정하고 2019년 이를 개정했는데, 저널리즘책무실은 기자들이 취재하고 기사를 쓸 때 이 취재보도준칙을 지키도록 감독하는 기구입니다. 미디어 교수들로 구성된 사외 책무위원들은 한겨레 보도 내용과 방향을 점검하는 글을 주기적으로 보내는데, ‘말 거는 한겨레’에 대한 이런 지적이 있었습니다.

“이 칼럼은 모처럼 한겨레가 의욕적으로 나서서 시민들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시민들은 그간에 수없이 한겨레에 말을 걸었다. 한겨레의 어젠다와 기사 톤(tone)에 대해 이런저런 말을 했지만, 한겨레는 답하지 않았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사람들이 언론의 작업 과정을 모른다거나 매일 전쟁이어서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거나 돈과 사람이 없어서 못한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시민들과 대화다운 대화를 해야 한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이번 대선 때 독자가 묻고 한겨레가 답하는 ‘한겨레 저널리즘’ 코너를 신설하라고 제안했습니다.

2. 한겨레와 대화하려는 독자들이 많고 그들의 제언에 더 귀 기울여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습니다. 제한된 취재 인력으로 더 많은 콘텐츠를, 더 빨리 생산해야 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독자들의 요구를 어떻게 잘 반영할 것인가라는 과제도 떠안습니다.

차별성 있는 탐사보도는 한겨레의 과거이자 미래입니다. 2019년 ‘대한민국 요양보고서’는 2009년 <한겨레21>의 ‘노동OTL’ 기획시리즈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당시 기자들은 대형마트, 경기도 마석의 가구 공장, 경기도 안산의 난로 공장, 식당에서 최저임금을 받으며 한 달 동안 일했습니다. 2018년에 다시, 기자들은 한 달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로 살면서 보고 들은 경험을 담은 ‘노동orz’ 기획시리즈 보도를 했고, 마침내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따서 요양원에 취업해 돌봄 노동의 현장을 기록했습니다. 앞으로도 한겨레는 장기간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한 ‘다큐멘터리적 글쓰기’를 계속해나가겠습니다.

사외 책무위원이 추천한 다른 나라의 사례를 참고해 한겨레 대선 보도에 시민이 참여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한 지역지는 시장 선거 때 시민 500명을 설문조사해 선거 의제를 발굴했습니다. 시장 후보자가 내세운 공약이 아니라 시민이 선정한 선거 의제를 각 후보에게 질문하고 답변을 얻어 보도했습니다.

또 다른 지역지는 후보의 말을 보도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기자들이 후보의 말을 유권자에게 들려주고 그 반응과 평가를 보도했습니다. 기사는 후보의 말이 아니라 시민의 말로 채워졌습니다.

영국 <비비시>(BBC)는 2015년 영국 총선 때 시민들이 등장하는 ‘나의 선거’라는 코너를 만들었습니다. 자신의 공간에서 내가 누구인지, 왜 선거가 중요한지 등을 직접 말하는데, 다양한 인종·연령·직업·계층 등이 포함돼 주목받았습니다.

이런 사례를 참조해 독자와 선순환 관계를 만드는 한겨레의 실험을 시작하려 합니다. 한 번에 성공하긴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크고 작은 실험들을 해나가며 쉼 없이 도전하면 성공하리라 믿습니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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