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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시대를 맞으며

등록 2021-11-23 18:24수정 2021-11-24 02:32

우주에서 관측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NASA 제공
우주에서 관측활동 중인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상상도. NASA 제공

오철우ㅣ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코로나19 발생 직후 과학기술계에도 충격과 혼란이 이어졌고 그 여파로 노장 허블과 함께할 신예 우주망원경의 발사 계획이 갑자기 연기됐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충격은 우주 프로젝트도 피해 가질 못했다. 다시 채비를 갖춘 차세대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이르면 다음달 22일 프랑스령 기아나 우주센터에서 마침내 발사된다. 우주망원경으로는 31살 노장인 허블이 못다 전한 초기 우주의 역사를 제임스 웹은 더 풍성하게 써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지구에서 150만㎞ 떨어진 우주 공간에서 제임스 웹은 무엇보다 더 깊은 우주, 더 먼 초기 역사의 우주 이야기를 전해줄 것이다. 138억년의 우주 역사에서 허블이 4억년 이후 초기 우주를 관측했다면, 제임스 웹은 이보다 2억년 앞선 초기 우주의 시공간을 보여준다. 그렇게 이른 초기 우주에서 지금과 사뭇 다를 원시 은하와 항성을 더 많이 관측할 수 있다면 허블의 우주에서 자세히 볼 수 없던 우주 영상과 역사가 더 많이 전해질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웹은 개발 초기에 연구자들 사이에서 “최초 빛 머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다고 <사이언스>는 최근 특집 기사에서 전했다. 1610년 갈릴레오가 자신이 만든 망원경으로 우리 태양계 안의 목성 위성들을 관측한 지 4세기 만에, 이제 136억 광년이나 떨어진 원시 우주의 빛까지 관측할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제임스 웹의 데뷔 무대가 화려한 기대만으로 채워지지는 못하는 듯하다. 그 이름을 둘러싸고 논란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은 우주과학자 이름을 딴 허블, 찬드라, 스피처 같은 다른 우주망원경과 달리 1960년대 나사 국장을 지낸 제임스 웹(1906~1992)에서 이름을 따왔다. 웹은 아폴로 달 탐사 프로그램을 뚝심 있게 이끈 인물로 평가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1950년대 냉전의 분위기에서 국무부 관료로 일할 때 동성애자 공무원을 대량으로 축출한 정부 조처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이 뒤늦게 불거지자 천문학자를 비롯해 과학자 1200명이 우주망원경의 이름을 바꿀 것을 나사에 요구하는 청원 사태가 이어졌다. 지난 6월 조사에 나선 나사는 최근 웹이 동성애자 박해에 적극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해 이름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조사 결과를 이례적으로 아주 짧게 발표했다.

당장에 사태는 일단락된 듯하지만 나사 발표가 논란을 말끔하게 해소하지는 못했다. 수십년 동안 친근한 이름으로 불린 허블에 이어, 차세대 우주망원경도 오래오래 우주 이야기를 우리와 함께할 친근한 이름으로 불리고 기억되길 바란다. 이름을 부를 때 누군가에게 불편함이 남지 않도록 나사의 말끔한 후속 조처가 있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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