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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즈모폴리턴] 재택근무 노동자 보호 ‘실험’

등록 2021-12-02 18:33수정 2021-12-03 02:31

재택근무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재택근무 모습. <한겨레> 자료 사진

신기섭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사회생활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지만, 특히 눈에 띄는 변화 하나는 재택근무의 빠른 확산과 정착이다. 지난해 강력한 봉쇄 조처를 거친 유럽과 미국에서는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독일의 시장분석업체 슈타티스타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유럽에서 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한 노동자는 전체의 5% 수준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12.3%까지 늘었다. 핀란드의 경우 25%에 달했고, 룩셈부르크와 아일랜드도 노동자의 20% 정도가 정기적으로 재택근무를 했다.

하지만 미국 노동부가 지난달 말 발표한 ‘근무 유연성 통계’를 보면 재택근무는 여전히 ‘선택받은 소수’의 근무 형태다. 올해 재택근무를 선택할 수 있었던 노동자는 전체의 9.6%였는데, 업종별로 재택근무 비율이 큰 차이를 보였다. 법률 서비스 업종 종사자는 전체의 50.1%가 재택근무를 할 수 있었다. 컴퓨터 관련 업종(47.6%), 회계 관련 업종(40.8%), 경영진(29.6%)도 재택근무를 많이 했다. 반면에, 교육·도서관 업종(4.0%)이나 보건 업종(1.7%)에서는 재택근무자가 극히 적었다. 건설, 교통, 생산 업종 등에서는 재택근무가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재택근무가 혜택만도 아니다. 어려움도 적지 않다. 출퇴근에 드는 시간을 아낄 수 있지만, 일과 생활이 분리되지 않는 불편도 따른다. 자칫 노동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도 높다. 미국의 가상사설망 서비스 업체 ‘노드브이피엔’이 지난해 영국, 오스트리아, 캐나다, 미국의 재택근무 행태를 분석한 걸 보면, 재택근무자의 노동 시간이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 비해 일주일 평균 2시간30분 늘었다. 눈길을 끄는 것은 미국의 지난해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중 가상사설망 이용량이 평소 주말보다 41%나 늘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사태 와중에 많은 노동자들이 연휴에도 쉬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원격 노동 연구자인 알렉산드라 새뮤얼은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자신이 겪은 재택근무의 어려움으로 동료와의 의사소통 문제, 단조로운 일상, 가끔씩 끊기는 무선 인터넷, 화상회의 등을 통한 사생활 노출 위험, 시간 감각의 상실, 외로움 등을 꼽았다.

이 때문에 재택근무자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높다. 재택근무자 보호에서 가장 앞선 나라는 포르투갈이다. 이 나라 의회는 지난달 초 긴급한 상황이 아니면 고용주가 근무 시간 뒤 노동자에게 연락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새 노동법을 통과시켰다. 이 법은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근무 중인 노동자를 감시하는 것도 금지했으며, 난방·전기·통신비 등 근무에 필요한 비용도 지원하도록 했다. 또 노동자의 고립감 완화를 위해 두달에 한번씩 대면회의도 하도록 했다. 8살 이하 아동을 둔 노동자는 원하면 재택근무를 할 수 있도록 보장된다. 법을 어기면, 최대 1만유로(약 133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최근 법 시행을 앞두고 실효성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에이피>(AP) 통신이 전했다. 내용이 너무 모호해 효과가 의심스럽고 기업이 법을 어기더라도 해고 등을 우려한 노동자들이 잘 신고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고 통신은 전했다.

포르투갈은 코로나19 재확산 방지 대책으로 다시 재택근무를 권고하고 내년 1월2~9일에는 재택근무를 의무적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올겨울 포르투갈의 재택근무자 보호법이 효과를 발휘할 경우, 주변 국가 등에서도 비슷한 법 제정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포르투갈의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다.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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