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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코즈모폴리턴] ‘포용의 유럽’ 종말 예고하는 극우 약진

등록 2024-01-18 14:51

지난해 11월22일 치러진 네덜란드 총선에서 제1당이 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대표가 헤이그에서 선거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AFP 연합뉴스

 

 신기섭 |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연초부터 유럽에서 극우세력의 부상을 경고하는 목소리가 크다. 유럽연합(EU)의 중심 국가인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해 곳곳에서 극우정당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은 탓이다.

유럽 극우정당의 부상은 갑작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최근의 상승세가 특히 주목받는 건 유럽의회 선거가 6개월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기세라면 오는 6월6~9일 치러질 선거에서 극우정당들의 약진이 예상된다. 지난달 15~16일 발표된 프랑스 여론조사들을 보면, 극우 ‘국민연합’이 유럽의회 선거에서 28~30%를 득표해 1위를 차지할 걸로 예상됐다. 집권 여당인 ‘르네상스’는 18~20% 득표에 그칠 전망이다. 네덜란드의 극우 자유당도 지난 11월 총선에 이어 다시 한번 무난하게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을 위한 대안’은 기민·기사련(지난 5일 기준 평균 32%)에 이어 지지율 2위(23%)를 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유럽의회를 이끌던 중도좌파, 중도, 중도우파 그룹 연합세력이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가 각종 여론조사를 집계해 분석한 결과, 지난 15일 현재 이들 3개 그룹의 예상 의석수는 400석(전체의 55.5%) 정도다. 두 극우정당 그룹의 의석수는 169석(23.5%)으로 전망됐다. 특히, ‘독일을 위한 대안’, ‘국민연합’, 이탈리아의 ‘동맹’이 속한 ‘정체성과 민주주의’ 그룹은 중도 그룹인 ‘리뉴 유럽’을 제친 3위로 예상됐다.

유럽의회에서 극우의 영향력이 커지면, 유럽연합이 추진해온 기후 대응책이나 이주민 정책 등에 적지 않은 변화가 예상된다. 유럽연합의 정책은 집행위원회가 틀을 짜고 회원국들을 대표하는 이사회와 유럽의회가 협상을 벌여 확정한다. 유럽의회가 마음만 먹으면 어떤 정책이든 저지할 수 있는 구조다.

그래서 유럽연합이 자칫 통제 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리뉴 유럽’의 스테판 세주르네 대표는 지난 9일 “유럽 대부분 지역에서 극우가 부상하면서, 우리가 통치 불가능한 유럽이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누구도 과반 연합 세력을 형성하지 못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럽의 주류 정당들은 그동안 극우정당들을 따돌리면서 견제해왔으나, 이제 따돌림으로 대응하기엔 상대가 너무 강해졌다. 2022년 9월 이탈리아 총선에서 신파시즘 정당을 계승한 ‘이탈리아의 형제들’과 ‘동맹’의 극우·우파 연합이 승리하면서 ‘이탈리아의 형제들’의 조르자 멜로니 대표가 총리가 됐다.

또 지난해 11월 네덜란드 총선에서는 극우정치인 헤이르트 빌더르스가 이끄는 자유당이 23.5%를 득표하며 대승을 거뒀다. 이 나라는 연립정부 구성 절차가 복잡해 언제 어떤 성격의 정부가 출범할지 불확실하지만, 15개 정당이 1석 이상을 확보한 의석 분포로 볼 때 자유당 주도 정부 출범은 기정사실이다.

네덜란드는 외국인에게 우호적이고 사회정책은 진보적이며 정치적으로는 온건한 나라로 꼽혀왔다. 이런 나라의 급속한 우경화는 ‘포용적인 유럽’의 종말을 예고하는 듯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탓에 물가가 치솟고 경제는 침체하면서 주류 정당이 민심을 잃은 여파가 ‘자기 파괴’로 귀결되는 듯하다.

mari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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