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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 거는 한겨레] 독자와의 협업

등록 2021-12-12 18:05수정 2021-12-13 02:32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정은주ㅣ콘텐츠총괄

편집국은 여러 부서로 나뉘어 있어 각 부서가 아침에 주요 기사를 발제하면 편집회의에서 방향성을 논의하고 다음날 신문을 제작합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이슈가 많아 부서 간 협업은 필수입니다. 코로나19 기사가 그렇습니다. 신규 확진자와 사망자 수를 집계하고 방역대책을 설명하는 정책 기사는 사회정책부가 작성하고, 사망자를 태운 구급차가 화장장에 모여드는 현장 기사는 사회부가 취재합니다. 신규 확진자 수를 빨리 가늠하려면 밤 시간대에 전국부가 지자체별로 확인해야 합니다.

부서 간 협업은 긴요하지만 환영받지 못합니다. 부서별로 담당 출입처가 정해져 있어 경계가 분명한데다 현장 인력이 부족하기에 일이 늘어나는 협업을 반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협업을 통해서만 다양한 관점을, 생생한 현장을 지속해서, 풍부하게 담을 수 있습니다. <뉴욕 타임스>가 코로나 보도에서 독보적일 수 있었던 이유입니다.

뉴욕 타임스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지구촌 곳곳으로 퍼지자 편집국(뉴스룸)을 재구성했습니다. 뉴욕 타임스의 취재 후기를 담은 타임 인사이더(Time Insider) ‘코로나 발생으로 역할을 바꾼 기자들’ 편을 보면, 코로나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기 위해서 패션을 다루는 스타일팀과 속보를 내보내는 익스프레스팀 기자들이 사건·사고를 취재하는 메트로팀으로 옮겨서 코로나 취재를 맡았습니다. 스포츠팀과 문화팀 기자들은 코로나 최신 뉴스를 온종일 업데이트하는 ‘라이브 브리핑’을 썼습니다. 속보를 취재해본 기자라면 누구라도 뛰어들어서 세계 곳곳에서 쏟아지는 코로나 관련 정보를 빠르게 보도했습니다. 그 덕분에 뉴욕 타임스는 코로나 이슈를 집중적으로 보도하면서도 개별 기자의 업무량은 그리 늘지 않도록 조율할 수 있었습니다. 뉴욕 타임스 기자가 <한겨레>보다 6배 많은 1700명이나 되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겠지요.

우리는 그렇게 잘하지 못했습니다. 사회정책부에 소속된 보건복지부 출입 기자들이 코로나 보도를 도맡아 지난 2년간 동분서주하며 뛰어다녀야 했습니다. 초기에는 인력을 파견하기도 했지만 다른 부서도 사람이 없어서 그마저도 중단됐습니다. 결국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던 기자들은 번아웃됐고 지난가을 인사 때 대부분 다른 부서로 옮기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담당 기자들은 바뀌었지만 복지부 출입 기자들이 코로나 기사 대부분을 생산하는 시스템은 변함없습니다. 코로나 확산세가 계속 이어진다면 이들도 고된 업무에 시달리다가 녹초가 되어버릴 것입니다.

부서 간 협업이 원활해지도록 편집국 문화를 조성하는 것, 그것이 제 앞에 놓인 과제입니다. 코로나 등 현안 보도뿐 아니라 기획탐사 보도에서도 그래야 협업이 가능합니다. 그 출발점은 홀로 할 수 없는 일을 협업으로 이뤄내는 경험을 꾸준히 쌓는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겨레21>이 지난 2년간 발간한 ‘통권호’가 그 사례입니다. 한겨레21 기자 13명이 모두 참여했기에 △코로나 뉴노멀 △21명의 작가 △디지털성범죄 끝장 프로젝트 너머n △21명의 혁신가 △쓰레기 TMI 등 하나의 주제로 한권의 잡지를 펴내는 게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두권의 통권호는 독자들의 호평 속에서 완판됐고 한권은 책으로 재출판됐습니다. 두달 가까이 틈틈이 취재해야 하고 기사량도 많아 힘들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물 덕에 협업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겨레는 새해에 선보일 대선 정책 기획보도를 협업으로 진행하려 합니다. 부서 간 장벽을 쌓아놓은 채로는 이해관계가 얽히고설킨 정책 공약을 제대로 분석하기 어렵습니다. 정치부, 경제산업부, 사회정책부, 스페셜콘텐츠부 등 여러 부서가 서로 긴밀하게 소통해 유권자의 관점에서 공약의 장단점, 실효성 등을 파악할 것입니다.

또한 한겨레는 독자와의 협업도 제안합니다. 이번 대선 정책 보도는 유권자가 공약을 직접 제안하는 참여형으로 기획했습니다. ‘내 삶을 바꿀 공약’을 제안하는 유권자를 심층 인터뷰하고 그 내용을 대선 특집 웹페이지와 신문 지면에 담을 계획입니다. 참여형 대선 기획에 함께하고 싶은 독자분들은 아래 제 이메일로 연락해주십시오. 홀로 할 수 없는 일을 협업으로 이뤄내는 경험을 함께 쌓고 싶습니다.

eju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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