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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밝게 빛나는 블랙홀도 많더라

등록 2021-12-21 15:40수정 2022-08-08 11:25

블랙홀(가운데 검은 구멍)이 중성자별(밝은 청색 볼)을 삼키는 순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청색라인은 중력파, 오렌지색과 붉은색은 뜯겨나가는 중성자별의 부분. 지난 6월29일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순식간에 고밀도 중성자별을 삼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스윈번대학교 제공
블랙홀(가운데 검은 구멍)이 중성자별(밝은 청색 볼)을 삼키는 순간을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청색라인은 중력파, 오렌지색과 붉은색은 뜯겨나가는 중성자별의 부분. 지난 6월29일 천문학자들은 블랙홀이 순식간에 고밀도 중성자별을 삼키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오스트레일리아 스윈번대학교 제공

오철우 ㅣ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은유적인 이름이 오해를 부르는 우주 과학의 개념이 꽤 있는데 빅뱅(대폭발)이 그렇다. 1949년 정상우주론 지지자인 호일이 진화우주론을 주창하던 가모프의 가설을 비판하고 조롱하며 붙인 별명인데, 이후에 사실상 정식 이름으로 굳어졌다. 하지만 현대우주론에서 우주 탄생은 1945년 핵폭탄이 보여준 것 같은 파괴적인 폭발이 아니라 물질과 시공간을 만들어내는 급팽창 과정으로 이해된다.

블랙홀도 그렇다. 1960년대 초 등장해 간간이 쓰이던 블랙홀이란 이름은 1967년 저명한 물리학자가 강연 도중 ‘중력붕괴 천체’를 대신해 간편하게 쓴 이후에 과학 용어로 점차 자리를 잡은 것으로 알려진다. 흔히 블랙홀은 주변 것들을 마구 먹어치우는 거침없는 포식자나 괴물, 또는 숨어 있는 함정 같은 존재로 그려지곤 한다. 하지만 블랙홀은 무엇보다 구멍이 아니다. 일생을 다한 거대 항성이 자기 중력을 견디지 못하고서 급격히 붕괴해 극한의 초고밀 상태가 된 천체이다. 검다는 색깔 표현도 정확하지 않다.

블랙홀에선 빛조차 탈출할 수 없기에 그 자체를 볼 수는 없지만, 블랙홀은 밝은 빛으로 자기 존재를 드러내기도 한다. 주변 물질이 블랙홀로 빨려 들어갈 때 엄청난 물질 마찰이 일어나면서 강한 에너지가 방출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빛을 내는 블랙홀 실물 영상이 마침내 2019년 처음 공개됐다. 당시 한국을 비롯해 여러 나라의 천문학자들은 고리 모양으로 빛나는 블랙홀을 여러해 동안 관측해 실물 영상을 얻을 수 있었다. 블랙홀은 이제 더 많이 실측되고 다양한 순간이 포착되어 새로운 면모를 드러낸다. 빛을 내어 천문학자들이 볼 수 있는 블랙홀은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 됐다.

그런 밝은 블랙홀이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영국 과학 <왕립천문학회 월보>에 실린 오스트레일리아 대학 연구진의 발표를 보면, 하늘의 일부 영역에서 70만여개 은하를 관측해보니 은하 중심에서 빛을 내는 밝은 블랙홀이 7만5천여개나 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한다. 연구진은 “블랙홀이 다 검은 게 아니다. 일부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밝게 빛난다”고 전한다.

관측 기법이 발전하면서 블랙홀 연구도 늘어난다. 그러면서 블랙홀은 우주 질서를 파괴하는 괴물 같은 존재가 아니라 은하의 형성과 진화에 큰 역할을 하는 존재로서 다시 조명되는 듯하다. 은하 중심에 있는 초거대 질량 블랙홀은 요즘 중요한 관심사가 됐다. 미국항공우주국이 지난 9일 발사한 엑스선 우주망원경(IXPE), 그리고 곧 발사할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의 임무 중 하나도 그런 블랙홀을 자세히 관측하는 것이다. 블랙홀의 대중적 이미지에도 어떤 변화가 생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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