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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국 대선 토론과 윤석열 후보

등록 2021-12-30 16:17수정 2021-12-31 09:55

2016년 9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시민들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첫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AFP 연합뉴스
2016년 9월26일 미국 캘리포니아 시민들이 힐러리 클린턴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첫 텔레비전 토론을 지켜보고 있다. 웨스트할리우드/AFP 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황준범

워싱턴 특파원

대선을 석달 앞두고 후보 간 토론 문제로 시끄럽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토론 제안을 “중범죄자의 정치 공세”라고 힐난하더니 이튿날에는 이 후보의 공약 수정을 가리키면서 “이런 사람하고 토론해야겠나. 정말 같잖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도 대통령 후보 토론은 3번밖에 하지 않는다.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 대선에서는 세번, 트럼프와 조 바이든 대선 때는 코로나19로 두번만 했다”고 말했다.

윤 후보는 토론 최소화를 정당화하려 미국 사례를 들었겠지만, 미국 사례는 윤 후보가 그토록 토론을 기피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보여준다. 1960년 존 에프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이 처음으로 텔레비전 토론을 벌인 이후로 미국에서 텔레비전 토론이 대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와 논쟁은 계속돼왔다. 여러 연구의 대체적인 결론은, 토론이 유권자들의 후보 판단에 도움은 되지만 대선 승부에 결정적이지는 않더라는 것이다.

2019년 하버드경영대학원 연구진이 미국, 영국, 독일, 캐나다 등에서 치러진 31차례의 주요 선거에서 있었던 56차례의 텔레비전 토론을 분석한 결과는, 토론이 부동층 유권자들로 하여금 후보를 결정하도록 도운 것도 아니고, 기존에 선택한 후보를 바꾸게 하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72%의 유권자들이 선거 두달 이전에 이미 마음을 정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는 1988년부터 2016년까지 미 대선을 살펴본 결과, 유권자의 약 60%가 텔레비전 토론이 후보 선택에 ‘매우 또는 다소 도움이 됐다’고 했으나, ‘후보 토론들이 열리는 기간 또는 그 뒤에’ 후보를 결정했다는 응답은 10%(2012·2016년)였다.

가까이 지난해 트럼프와 바이든 대선 때 두차례의 토론 직후마다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토론의 승자는 바이든이었다. 특히 1차 토론은 트럼프가 쉼 없이 상대방의 말을 끊는 등 사상 최악의 토론이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실제 대선은 투표 뒤 승자를 가리기까지 나흘이나 걸린 접전이었다. 2016년 힐러리 클린턴과 트럼프의 대결 때도 미 언론은 일제히 클린턴을 토론 승자로 꼽았다. 트럼프는 여성 비하 발언 등으로 난타를 당하고, 클린턴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등 태도에서도 혹평을 받았다. 하지만 대선은 트럼프의 승리였다. 토론 승패와 대선 결과는 별개인 셈이다.

결국, 토론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보다는 기존에 갖고 있던 후보에 대한 태도를 강화시켜주는 효과를 갖는다는 게 공통적인 분석이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진 미국에서는 토론의 영향력이 더욱 제한적이다. ‘정권교체냐, 정권유지냐’로 팽팽하게 맞선 한국 또한 예외라고 할 수 없다. 소셜미디어 등 후보를 접할 수 있는 수단도 갈수록 다양해져, 전체 선거에서 토론이 차지하는 비중도 예전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후보 입으로 “별로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토론은 여전히 유권자들이 한자리에 모인 후보들을 비교하면서 가치관·정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누가 더 나은 대통령감인지 따져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박빙 판세에서라면 토론에서 보여준 역량이나 실수가 대선 승패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회와 위험 요인은 모든 후보가 공통으로 떠안는 것이다.

말하기 편한 텃밭 지역에 가서 상대 후보를 일방적으로 비난하면서 토론은 하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국민의 검증과 선택을 받겠다고 나선 이의 자세가 아니다. 토론의 내용보다도 토론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이미 유권자들에게 커다란 판단 근거를 제공하고 있다.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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