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는 지난 29일 오후 경북 안동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열린 경상북도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향해 “제가 이런 사람하고 국민 여러분 보는 앞에서 토론을 해야 하겠느냐. 어이가 없다. 정말 같잖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김진해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곁에 있으면 복잡한 게 단순해진다. 무뎌진다 해도 좋다. 말에도 곁에 있다가 하나가 되는 경우가 있다. ‘마른안주, 비린내, 열쇠’ 같은 말이 그렇다.
‘-잖다/-찮다’는 ‘~(하)지 아니하다’가 줄어들어 앞말을 부정하거나 가치를 떨어뜨리는 뜻을 갖는다. 예도 솔찮게 있다. ‘남부럽잖다, 달갑잖다, 시답잖다, 적잖다, 점잖다’, ‘괜찮다, 귀찮다, 만만찮다, 시원찮다, 심심찮다, 우연찮다, 편찮다, 하찮다’. 형태나 의미가 변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앞말을 부정하는 뜻으로 읽힌다.
‘같다’는 두 대상을 비교한다. ‘나도 너랑 같은 마음이야’에선 ‘나와 너’가 비교된다. ‘같은 값이면’이라고 하면 두 물건의 값이 같다는 뜻일 테고, ‘같은 물에서 논다’고 하면 두 사람이 같은 환경에서 지낸다는 뜻이다.
그런데 ‘같잖다’는 ‘같지 아니하다’와 같지 않다. ‘뭐가 같잖지?’라 물으면 뭘 비교하는지 답하기 수월찮다. 반면에 ‘없이 사는 사람’이라 하면 뭐가 없는지 쉽게 답할 수 있다. ‘같잖게 보다/여기다’처럼 쓰기도 하고, ‘같잖은 말, 같잖은 변명, 같잖은 일, 같잖은 놈’ 식으로도 쓴다. 뒤의 표현은 ‘말 같잖은 말, 변명 같잖은 변명, 일 같잖은 일, 사람 같잖은 놈’처럼 뒷말을 앞말에 다시 쓸 수 있다. ‘꼴같잖다’와 비슷한말이기도 하니 생김새가 변변찮은 사람에게 쓰이다가, 사람 됨됨이가 수준 이하라며 헐뜯는 말이 됐다.
‘같잖다’는 그 말을 쓰는 사람이 스스로 금을 그어놓고 타인이 거기에 못 미친다고 소리치는 말이다. 상대를 전면 부정하는 거라 당사자와 말섞기가 쉽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