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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한국인의 삶은 정말 윤택해졌을까

등록 2022-01-06 18:48수정 2022-01-07 02:31

[코즈모폴리턴] 조기원 | 국제뉴스팀장

세계은행 조사 기준으로 2020년 한국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만1631달러였다. 1960년 158달러에서 200배 증가했다. 이 기간 세계 평균치가 457달러에서 1만910달러로 약 24배 늘었으니, 한국의 성적은 매우 우수한 편이다. 202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2001년 1만1561달러와 비교해도 19년 만에 3배 가까이 급증했다. 집계 기관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은 보통 상위 30개 국가 및 지역 안에 들어간다.

최근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을 이웃 일본과 비교한 보도도 더러 나온다. 지난해 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일본경제연구센터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이 2027년엔 한국, 2028년엔 대만보다 적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구매력평가 환율로 계산하면, 이미 2020년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4만3319달러)이 일본(4만1732달러)보다 많다. 이와 같은 현상을 짚는 보도가 최근 일본에서 간간이 나온 배경에는 1990년대 초 거품경제 붕괴 이후 일본 경제가 장기 침체되고 일본인 소득이 좀처럼 늘지 않는 현상에 대해 내부적으로 분석하는 일이 잦아진 점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국내총생산은 국민 개개인의 소득 증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통계다. 국민 소득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국면에서는 생활의 극적인 변화가 눈에 보인다. 2차 대전 후 고도 경제성장기 이후 일본 가정에는 “3종의 신기”라고 불렸던 텔레비전, 세탁기, 냉장고가 보급돼 평범한 서민들이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풍경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과거에 대한 향수가 섞여 있겠지만 많은 이들이 고도 경제성장기에는 생활이 이전보다 윤택해졌고 오늘보다 내일의 삶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고 회상한다. 비슷한 변화는 이후 한국과 대만, 중국에서도 일어났다.

통계를 보면 한국인 평균 소득은 최근 10년 사이에도 늘고 있다. 통계청의 월평균 실질 임금소득 변화 추이를 보면 2011년 약 256만원에서 2020년 301만원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런 숫자의 변화에 감흥을 크게 느끼지는 못한다. 삶이 풍요로워졌다는 느낌이 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삶의 질과 관련된 다른 지표들을 보면 어두운 측면이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자살률은 1997년까지 인구 10만명당 15명 이하였으나, 외환위기를 계기로 증가한 뒤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2020년엔 10만명당 25.7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악이다. 10만명당 20명 이상 자살자가 나온 회원국은 한국을 빼면 리투아니아가 유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가 남녀 임금의 중간값 격차를 이용해 발표하는 남녀 임금 격차 순위도 한국은 조사 대상 28개국 중 꼴찌다. 파리경제대학교에서 설립한 연구기관인 세계불평등연구소가 지난해 말 낸 ‘세계 불평등 보고서 2022’를 보면 “한국 성인의 평균 소득은 서유럽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불평등 정도는 서유럽보다 심하고 미국과 비슷한 수준”이라는 표현이 나온다. 연구소는 보고서에서 “한국은 1960년대와 90년대 사이에 급속한 산업화 경제발전을 경험했는데, 이 발전에는 경제의 자유화와 규제 완화가 약한 사회적 보호 맥락 속에서 이루어졌다”고 지적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의 수치적 증가를 기뻐하기만은 어렵다고 점점 느낀다.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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