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모든 글은 편집이다. 본 것, 그중에서 몇 가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버린다. 사진은 카메라 앵글에 잡힌 피사체를 모두 담는다. 글은 사진보다는 요리에 가깝다. 자르고 버리고 선택하고 이어 붙여서 그럴듯한 이야기 하나를 만든다.
직접 경험한 일을 쓸 때는 ‘전갱이구이가 맛있더군’처럼 ‘-더-’를 쓴다. 직접 경험했으니 확신이 있고 평가도 선명하다. 허나 어찌 세상만사를 다 경험하리. 남들한테서 들은 말을 옮기기도 하니, 이럴 땐 ‘~다고 하다’, 더 줄여 ‘~대’를 쓴다. ‘그 소설 재미있대’라 하면 나는 아직 못 읽었지만 먼저 읽은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는 뜻이다.
기자는 사건과 함께 말의 전달자다. 취재원의 말을 자주 인용한다. 우리는 기자가 그 말을 어떤 인용의 틀 속에 집어넣는지를 봐야 한다. 가장 건조하고 객관적인 틀이 ‘~고 말했다’이다. 아무리 저열한 기사라 해도 ‘~고 말했다’를 쓰면 마치 중립적이고 냉정을 잃지 않은 글처럼 보인다. 반면에 이 자리에 ‘비판했다, 비난했다, 촉구했다, 반박했다, 공격했다, 꼬집었다, 비꼬았다, 몰아세웠다, 맹공을 퍼부었다’ 등을 쓰면 기자의 ‘해석’과 ‘감정’이 느껴진다. 기자의 견해가 은근히, 노골적으로 개입된다. “‘나는 사기꾼이 아니다’고 말했다”와 ‘부인했다’와 ‘잡아뗐다’의 격차를 느껴보시라.
눈에 힘을 빼고 무표정한 얼굴을 한 사람이 눈싸움에서 이기더라. 평정심! ‘~고 말했다’는 기자가 자기 글에 힘을 빼고 있음을 보여주는 표시다. 나는 이걸로 신문을 비교하는 게 ‘비판적 신문읽기의 첫걸음’이라고 ‘우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