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속이나 주술, 역술 등에 능한 이를 부르는 말로 술사·법사·도사 등이 있다.
술사는 “음양, 복서, 점술에 정통한 사람”이다. 주술사의 준말이기도 하다. 법사는 “불법에 통달한 승려”가 원뜻이다. 무속과 관련해선 굿을 할 때 염불을 하는 사람을 일컫는다고 한다. 도사는 “도를 갈고닦는 사람”, “도교를 믿고 수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이른바 이쪽 ‘업계’에선 “신기가 되었든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든지 간에 직관력이 뛰어나서 미래를 예측하는 능력이 발달한 사람”(<조선일보> ‘조용헌 살롱’)을 뜻한다.
윤석열 후보와 부인 김건희씨가 ‘무속 논란’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윤 후보는 부인하고 있지만, 윤 후보와 김씨가 술사·법사·도사 등과 깊은 인연을 맺어왔다는 증언들이 꼬리를 물고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조선일보의 칼럼 ‘조용헌 살롱’ 1330회 ‘둔갑술과 검법’에는 이런 대목이 나온다. “윤석열 캠프에도 도사들이 포진되어 있다. 그중의 하나가 J(제이) 도사. 승려로 있다가 환속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손바닥의 ‘王’(왕) 자도 이 도사 작품이다. J는 가끔 면접도 본다. 네모진 얼굴을 지닌 어떤 참모를 발탁할 때에도 면접을 보면서 남긴 코멘트. ‘당신은 의리가 있는 관상이니까 윤 후보를 도와도 되겠다.’”
조용헌 건국대 석좌교수는 <경향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J 도사가 (건진법사) 전아무개씨인가’라는 질문에 “그렇다. 그것도 아니라고 (윤 캠프에선) 주장하던데”라고 답했다. 건진법사가 윤 후보 캠프에서 참모 발탁에 관여했고, 심지어 손바닥 ‘왕’ 자도 써줬다는 것이다. 이 주장이 맞는다면 “같은 아파트 주민 할머니가 써준 것”이라고 한 윤 후보는 거짓말을 한 것이 된다. 건진법사와의 관계에 대해 “(부인을 통해 알게 된 것이 아니라) 당 관계자에게 소개받아 인사한 정도”라고 한 윤 후보의 해명도 의심해보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는 이 칼럼을 네이버 등 포털에서 삭제했다. 윤 후보 쪽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라고 알려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여전히 조선일보 사이트에는 이 칼럼이 올라 있다.
25일 <오마이뉴스>엔 주역 전문가인 서대원 초아주역연구원 원장의 인터뷰가 실렸다. 그는 2018년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후보와 김씨 부부를 만나 “당신은 검찰총장이 될 것”이라며 윤 후보에게 ‘율산’이라는 아호까지 지어줬다고 말했다. 또 윤 후보 부부의 무속 논란을 두고는 “윤 후보가 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라, 사도다. 법사는 굿을 하는 데서 염불하는 사람 아닌가, 솔직히 그것이 올바른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21세기에 복잡한 국정 현안을 무속과 주술에 기대어 헤쳐갈 수는 없다. 또 거짓말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은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를 꿈꾸는 이라면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손원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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