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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어둡고 고요한 밤하늘’의 가치

등록 2022-02-08 17:50수정 2022-02-09 02:32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캄캄한 배경에 별들이 총총한 밤하늘 사진 한장. 그런데 흔한 천문 사진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점이 눈에 띈다. 평행으로 이어지는 밝은 줄무늬 선들이 선명하다. 백조자리의 별 알비레오를 관측하며 2분30초 동안 노출해 얻은 결과라고 소개된 이 영상에 밤하늘을 가로지르며 날아가는 저궤도 군집 위성의 빛 꼬리가 길게 포착된 것이다. 실제로 인터넷에서 스타링크와 밤하늘 같은 주제어로 검색하면 천문애호가들이 올린 영상 중에서 군집 위성의 빛 꼬리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초고속 위성 인터넷 시대를 위해 쏘아 올리는 저궤도 위성 수가 몇년 새 빠르게 늘면서 밤하늘 빛 공해는 새로운 환경 문제로 제기돼왔다. 최근 <사이언스>는 스타링크 사업을 벌이는 스페이스엑스를 비롯해 위성 서비스 기업들이 잇따라 쏘아 올린 위성이 올해 1월에만 2800여개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위성은 몇년 안에 수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작은 몸체의 군집 위성들은 맨눈에 쉽게 보이지 않지만 천체망원경 관측에서는 점점 실제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된다. 위성 수가 계속 늘면서 밤하늘 영상에 포착되는 일도 잦아지고 있다.

국제천문연맹(IAU)이 대책 마련을 위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선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국제천문연맹은 오는 4월 ‘어둡고 고요한 밤하늘 보호센터’를 정식 출범시키기로 결정했다. ‘과학과 사회를 위한 어둡고 고요한 밤하늘’ 보고서(doi.org/10.5281/zenodo.5874725)도 펴냈는데 위성들의 빛 공해는 이제 “실존적 위협”으로 인식되고 있다.

군집 위성은 빛 공해로 광학망원경 관측에 애를 먹일 뿐 아니라 우주의 고요를 깨는 전파 공해를 일으킨다는 우려도 점점 현실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먼 우주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잡아 천체를 관측하는 전파망원경에 위성 전파 신호가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천문학자들은 여러 대책을 모색하고 있다. 당장에는 빛 반사가 적은 위성을 만들도록 촉구하고 잡음을 걸러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거나 군집 위성 출현 시간대를 피해 관측하는 방법들을 찾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우주 공간을 공정하고 지속가능하게 활용하기 위한 국제 법규를 만들자는 활동에도 적극 나선다.

국제천문연맹은 다양한 이해당사자가 논의에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밤하늘을 관측하고 연구하는 천문인과 하늘을 활용하려는 위성 서비스 기업뿐 아니라 건강과 자연을 생각하는 환경단체는 물론이고 별자리와 관련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밤하늘 또는 우주 공간의 지속가능성은 과학, 기술, 환경, 문화를 함께 이야기해야 하는 물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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