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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정치와 은유(2): 목소리

등록 2022-02-13 18:22수정 2022-02-14 02:01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나이 들수록 힘이나 논리보다는 공감과 연결성 같은 심성이 문제를 더 잘 푼다는 걸 알게 된다. 타인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은 상상이나 이성만으로 얻기 어렵다. 눈물과 스며듦이 있어야 한다.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앉아 대화하는 이미지로 정치를 그려볼 수 있다. 혁명의 꿈이 사라진 자리에, 당사자들이 ‘얼굴을 맞대고’ 끝없이 대화하는 모습 말이다.

물론, 목소리는 불평등하다. 그래서 지배자나 권력자보다는 목소리 없는 자들의 목소리가 맨 앞자리에 놓인다. 버려지고 지워지고 억압받고 은폐된 사람들의 목소리에 발언권을 줄 때, 목소리 은유가 갖는 정치적 급진성이 담보된다. 주변부로 내몰린 사람들의 목소리야말로 이 세계가 단일한 질서를 갖는 것도 아니며, 적대적인 이원 대립으로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님을 알게 하기 때문이다. 이 세계는 지배와 피지배, 자본과 노동, 남성과 여성, 갑과 을, 정신과 육체, 정규직과 비정규직, 자국인과 외국인으로 깔끔하게 양분되지 않는다. 이분법은 우리 머릿속에 선후경중과 효율성을 따지게 하여 ‘뭣이 중헌디?’란 질문을 반복하게 만든다. 목소리 은유는 목소리가 겹칠 때 발생하는 관계의 공명―함께 울림, 함께 울기, 함께 바뀜―을 지향한다. 지금의 권력을 상대화하고 기존의 분할을 다르게 분할하여 무력화한다.

‘육성’. 몸의 소리. 목소리는 몸과 분리되지 않는다. 인간다움의 추구는 발성(소리 지름)에서 출발한다. 그래서 ‘목소리’ 없는 사람, 목소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는 자각은 중요하다. 진보는 어제보다 많은 목소리가 참여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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