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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윤석열의 막말과 어퍼컷…뒷감당을 어떻게 하려는 걸까 [성한용 칼럼]

등록 2022-03-07 15:19수정 2022-03-08 18:12

선거가 끝나면 여당과 야당은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는 동반자다. 정치인이 상대를 신랄하게 공격하면서도 품격을 유지하고 금도를 지키는 이유다. 윤석열 후보는 뒷감당을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걱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 안양 평촌중앙공원에서 유세를 하면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7일 경기 안양 평촌중앙공원에서 유세를 하면서 어퍼컷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성한용 | 선임기자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인터넷 대화방이 수없이 많다. 그중에서 상당한 수준의 식자층이 참여하는 대화방에 얼마 전 이런 글이 올라왔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전 후보를 원색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다.

“똘아이 정치꾼들의 야합이요, 권력욕과 명예욕의 만남이다. 지혜롭지도 현명하지도 못한 일반 국민은 자신들이 무엇을 해도 따라온다고 생각하는 기만적 우월 의식을 가졌다.”

그런가 하면 꽤 고학력 회원들로 구성된 어느 고교 동문회 대화방에는 지난 3월1일 이런 글이 올라왔다.

“오늘은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 우리나라를 반드시 주사파 놈들로부터 빼앗아 다시금 바로잡아 놓아야만 할 바로 그날이다. 103년 전 우리 선조님들의 얼을 받들어 기리며 나라를 반드시 구해야 한다.”

생각이 다른 상대를 맹목적으로 증오하고 저주하는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확증편향 심화는 21세기 정보화 혁명의 가장 큰 부작용이다.

과거에는 진실과 믿음이 충돌하면 믿음을 바꿨지만, 이제는 진실과 믿음이 충돌하면 다른 진실을 찾아 나선다. 분열과 갈등이 갈수록 심해지고 사회는 파편화하고 있다. 모든 나라가 떠안은 어려운 숙제다.

이 와중에 생태계의 급격한 변화를 틈타 출세하려는 정치인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대중의 증오와 저주를 부추겨 표로 엮는 재주를 가졌다.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한차례 성공을 거뒀다.

우리나라는 괜찮을까? 안 괜찮다. 3월9일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후보들의 입이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발언 수위는 직접 듣고 보면서도 믿기 힘든 수준이다.

“저는 이 사기꾼들 오래 상대해봐서 아는데”
“부패하고 버르장머리 없는 이재명 민주당의 썩은 패거리들”
“국민이 불안하면 현 정권을 지지할 것이라는 그 계산으로 김정은이가 저렇게 쏘는 것”
“언론노조는 말도 안 되는 허위 보도를 일삼고 국민을 속이고 거짓 공작으로 세뇌해”
“집값이 이렇게 천정부지로 올라간 것은 정부가 의도적으로 만든 것”
“국민이 자기 집을 다 갖게 되면 자가 보유자들은 보수 성향으로 바뀌기 때문에 자기들 안 찍는다는 것”
“민주당 정권은 기업 하는 사람 범죄시하고 강성노조하고만 아주 죽고 못 사는 연애를 해 왔어”

욕설보다 더 심한 윤석열 후보의 막말은 그가 개발한 특유의 어퍼컷 세리머니와 함께 현장의 열기를 한껏 고조시키는 효과를 발휘한다. 유세를 지켜본 국민의힘 전직 의원은 “핏발이 선 눈과 상기된 얼굴이 막 사냥을 끝낸 육식동물을 닮았더라”며 “무서워서 선뜻 다가가기 어려웠다”고 했다.

이재명 후보도 마찬가지라고? 아니다. 이재명 후보의 야당 비판은 윤석열 후보에 비하면 족탈불급이다. 옛날부터 다 그랬다고? 아니다.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임기 5년 대통령 선거를 여덟번째 치르지만, 말을 이렇게 함부로 하는 후보는 없었다.

이상하지 않은가? 윤석열 후보는 도대체 왜 이렇게 막 나가는 것일까? 첫째, 트럼프 따라 하기다. 둘째,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투사의 싸움과 민주주의 선거는 얼핏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르다. 검투사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의 목숨을 빼앗아야 이긴다.

선거는 그렇지 않다. 이기면 여당이고 지면 야당이다. 선거가 끝나면 여당과 야당은 국정을 함께 이끌어 가는 동반자다. 정치인이 상대를 신랄하게 공격하면서도 품격을 유지하고 금도를 지키는 이유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 정권 들어와서 일자리 만든다고 박근혜 정권 때보다 500조원을 더 썼는데도 괜찮은 일자리는 오히려 많이 줄었다”며 “정권이 바뀌면 이 돈들 어디에다가 썼는지 좀 봐야겠다”고 했다. 일자리 예산 사용처를 수사하겠다는 얘기다.

윤석열 후보는 “민주당의 양식 있는 정치인들과 협치해서 국민 통합하고 경제를 번영시킬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 정치인들을 ’탐욕스러운 패거리‘와 ‘양식 있는 사람들’로 갈라치겠다는 얘기다. 될까?

윤석열 후보의 언어는 정치인의 언어가 아니다. 상대를 죽이려는 검투사의 언어다. “네 죄를 네가 알렸다”고 피의자를 추궁하는 검사의 언어다.

뒷감당을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일까? 걱정이다.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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