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이제 꽤 알려져 새롭지 않지만 몇해 전부터 사람 똥(분변)이 질환 치료에 쓰인다. 정확히 말하면 똥 속 장내 미생물이 치료 효과를 낼 수 있다. 장내 미생물이 우리 몸 건강에 크고 작게 다양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건강한 사람의 장내 미생물이 든 똥을 난치성 장염 환자에게 이식하는 치료술이 현대 의학에서 활용되고 있다. 최근엔 알레르기 환자의 면역체계를 개선하는 데 분변 이식술이 효과를 나타냈다는 연구 결과가 국외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오줌의 가치도 재발견되는 걸까? <네이처>에 ‘오줌 재활용이 세상을 구하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가 실려 눈길을 끈다. 온라인 기사엔 ‘오줌 혁명’이라는 거창한 표현까지 더해졌다. 오줌 재활용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을 취재해 오줌이 어떻게 세상을 바꿀 자원이 될 만한지 조망했다.
특집기사가 전하는 오줌 재활용은 그저 이색적인 틈새 연구로 화제가 되는 게 아니라 진지하고 전망 있는 연구로 나아가고 있다. 연구자들은 인간이 배출하는 오줌이 세계 질소와 인 비료의 4분의 1을 대체할 만큼 막대한 양이며 칼륨과 미량 영양소까지 담겨 새로운 자원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이미 오줌을 체계적으로 모아 비료를 만들고 오줌에서 인과 질소를 더욱 쉽게 뽑아내는 갖가지 공법 개발도 활발하다. 일석이조로, 물을 절약하고 하천 오염을 줄일 수 있다.
오줌 재활용은 쉽게 생각하지 못한 곳에서도 이뤄진다. 어느 연구자는 미생물 연료전지와 오줌을 이용해 전기를 생산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다른 연구자는 요소 분해효소를 분비하는 박테리아를 오줌과 모래에 섞어 건축자재를 만드는 방법을 개발한다. 미래의 달 거주지에서 오줌을 자원으로 활용하려는 연구도 주목받는다.
소변을 볼 때 물을 내리는 수세식 변기 대신에 물 없이 쓸 수 있는 새로운 변기 혁신을 이루려는 디자인 연구도 한창이라 한다. 물이 섞이지 않게 오줌을 따로 모으는 변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변기가 호응을 얻는다면 미래 화장실은 입식과 좌식 변기를 모두 쓰는 지금 모습과는 다르게 바뀔지도 모른다. 물론 이후 단계에서 오줌 처리 공정을 더 간편하게 만들고 다양한 제품으로 활용하는 체계를 갖춰야 하니까 ‘오줌 혁명’에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유네스코의 <과학보고서 2021>이 지속가능 발전 연구를 응원하고 유엔이 정한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기초과학의 해’가 말하듯이, <네이처>의 오줌 연구 특집은 지속가능성이라는 열쇳말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속가능 발전 연구를 응원하는 분위기는 그동안 하지 못했던, 또는 하지 않았던 창의적인 연구 주제에 눈을 돌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