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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더 강해진, 돌아온 ‘빅뱅 머신’

등록 2022-03-22 18:01수정 2022-03-22 19:09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힉스 입자가 두 개의 광자(노란 점선과 초록 막대)로 붕괴되는 모습.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유럽입자물리연구소의 거대강입자가속기에서 힉스 입자가 두 개의 광자(노란 점선과 초록 막대)로 붕괴되는 모습.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제공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2012년 7월 수수께끼 같은 우주 기본 입자인 힉스를 처음 검출했을 때 일었던 흥분이 또 찾아올까? 발견의 주역으로 세계 언론의 주요 뉴스를 장식했던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 세른)의 거대강입자충돌기(LHC)가 곧 3차 가동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강입자충돌기는 2018년 말 장비 교체와 성능 향상을 위해 두번째 장기 휴식에 들어갔는데, 뜻하지 않게 코로나 팬데믹까지 겹쳐 예정보다 긴 3년 동안 가동하지 못했다.

거대강입자충돌기는 빅뱅 머신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지상 최대의 과학실험 장치라고도 불린다. 스위스 제네바 부근 100m 땅속에 27㎞ 길이의 원형 터널로 건설된 입자충돌기에서는 양성자나 이온 입자를 거의 광속으로 가속해 충돌시키는 실험이 이어지는데, 충돌 순간에 생기는 갖가지 에너지 신호를 포착하면 거기에서 우주의 기본 입자나 기본 힘에 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충돌은 우주대폭발(빅뱅) 초기 상태에 근접하는 고에너지를 순간적으로 만들어내기 때문에, 빅뱅 머신이라고도 불리는 것이다.

세른이 밝힌 ‘최종 카운트다운’ 자료와 공식 일정을 보면, 점검을 위해 부분 가동을 해온 빅뱅 머신이 다음달에 정식 시운전과 함께 3차 가동을 시작한다. 빅뱅 머신이 낼 수 있는 현재 최고 에너지인 6.8테라전자볼트(TeV) 수준에서 이뤄지는 입자 충돌 실험은 6월 중순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과학 전문매체들은 일찌감치 올해에 주목할 뉴스 중 하나로 강입자충돌기 가동을 꼽은 데 이어, 더 강해진 성능의 빅뱅 머신에서 나올 새로운 발견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전한다.

3차 가동에서는 우선 힉스의 정체를 더 자세히 규명하려는 후속 실험들이 계속된다. 또한 새로운 관심사가 된 미지의 엑스(X) 입자를 확인하고 규명하려는 실험도 포함됐다. 이밖에 다양한 입자 충돌 실험이 예정돼 있는데, 그중에서 대중적으로 큰 관심은 암흑물질과 관련한 실험에 쏠리는 듯하다. 우주 질량의 80% 이상을 차지하지만 관측할 수 없어 정체를 알기 힘든 암흑물질은 우주론과 물리학에서 오랜 수수께끼로 남아 있다.

강입자충돌기의 3차 가동에선 성과를 섣불리 장담할 수 없지만 충돌 데이터를 추적해 암흑물질의 정체에 다가가려는 연구도 진행된다. 연구자들은 그동안 암흑물질의 추적 범위가 많이 좁혀졌고 검출 장치와 분석 기법도 향상돼, 3차 가동 중에 암흑물질 탐구에서도 진전이 이뤄질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빅뱅 머신은 가동 기간에 늘 크고 작은 과학 뉴스를 만들어냈다. 2025년 말까지 이어질 3차 가동 기간에는 입자물리학의 표준이론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발견을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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