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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온실가스 잡는 ‘바다의 파리지옥’

등록 2022-04-05 17:57수정 2022-04-06 02:35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해양은 중요한 탄소 흡수원으로서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핵심 도구이다. 특히 심해층은 지구에서 가장 큰 탄소 저장소로, 대기 탄소량의 50배 이상, 지표의 초목, 토양, 미생물 전체에 저장된 탄소 총량의 10배 이상 많은 양을 저장하고 있다. (…) 지난 20년간 인간 활동으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가량이 해양에 흡수됐다.”

그린피스 보고서 ‘위기의 바다를 위한 해결책: 해양보호구역’이 강조했듯이, 바다는 지구의 탄소 순환을 조절하는 든든한 탄소 저장소 구실을 해왔다. 바다 미생물들의 역할이 특히 주목받는데, 근래에는 식물 플랑크톤뿐 아니라 다양한 미생물의 활약도 새롭게 발굴되고 조명받는다. 최근 미국의 <뉴스위크>는 “기후변화에 맞서는 비밀무기”라는 제목의 온라인 기사에서 독특한 바다 미생물에 관한 연구 소식을 전했다.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공과대학 연구진이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DOI: 10.1038/s41467-022-28867-8), 프로로켄트룸 발티쿰(P. cf. balticum)이라고 불리는 원생생물들은 광합성을 하면서도 다른 미생물을 잡아먹는 먹이활동을 하는데 그 과정에서 대기의 탄소를 잡아 해저에 가라앉히는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폭넓게 분포하는 이 미생물들이 해마다 세계 바다에서 침강시켜 격리하는 탄소 총량은 0.2억~1.5억톤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미생물 한 부류가 격리하는 탄소량으로는 상당히 큰 규모다.

새롭게 밝혀진 먹이활동 방식은 신통하다. 이들은 식물 플랑크톤처럼 광합성을 하며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거기에서 얻은 탄소를 활용해 자기 주변에 끈적한 점액의 구체(점액구)를 만든다. 먹이를 찾는 다른 미생물들이 이 점액구에 걸려든다. 점액구의 주인장은 이제 붙잡힌 다른 미생물을 잡아먹으며 영양을 보충한다. 먹이활동에 쓰고 버려지는 탄소 점액구는 서서히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다. 탄소는 이렇게 대기에서 해저로 격리되어 저장된다.

연구진은 이 미생물을 육상 식물 파리지옥에 비유했다. 끈끈이를 이용해 벌레를 잡아먹는 식충식물 파리지옥처럼, 바다에서 광합성을 하는 식물이면서 다른 미생물을 잡아먹는 포식자이기도 하다. 이번 발견은 식물 플랑크톤 말고도 다양한 방식으로 지구 탄소 순환과 격리에 참여하는 미생물들이 훨씬 더 많이 존재할 것임을 보여준다.

그린피스 보고서의 호소처럼, 바다 생태계 보전은 이제 지구 시스템을 유지하는 탄소 순환과 연결되는 문제로 다뤄진다. 다양한 미생물의 탄소 순환이 많은 해양미생물학자들에 의해 연구되고 있다. 우리가 몰랐던 바다 미생물의 이야기가 앞으로 더 많이 발굴되고 더 자주 전해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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