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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아침햇발] 검사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등록 2022-04-19 18:12수정 2022-04-20 02:37

윤석열은 나름의 ‘직진 승부’로 유배지를 떠돌던 일선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거쳐 정치 신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왼쪽), 검찰총장에 지명돼 2019년 7월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윤석열은 나름의 ‘직진 승부’로 유배지를 떠돌던 일선 검사에서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을 거쳐 정치 신인으로 대통령에 당선되는 초유의 기록을 세웠다. 2013년 10월21일 국회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답변하는 모습(왼쪽), 검찰총장에 지명돼 2019년 7월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답변하는 모습. <한겨레> 자료사진

강희철 | 논설위원

‘검사 윤석열’을 좀 안다고 하면, 으레 받게 되는 질문에 이런 것이 있다. “그 사람 스타일이 원래 그래?” 대통령 당선 이후엔 빈도가 부쩍 높아졌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첫 내각 인선에서 보여준 모습을 의외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묻곤 한다.

윤석열은 변한 게 없다. 텔레비전 예능에 출연하고, 파스타를 능숙하게 볶아 낸다고 해서 본질이 가려지는 건 아니다. 검사 때 그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저돌적 ‘직진’ 성향, 이견을 돌파 대상으로 간주하는 승부사 기질로 자신을 드러냈다. 몸에 밴 일종의 습관 또는 디엔에이(DNA)인 셈인데, 그걸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몇몇 장면이 있다.

윤석열은 2013년 10월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왔다. 며칠 전 국정원 댓글 수사팀장에서 직무 배제를 당한 상태였다. 검사장 결재를 받지 않은 채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하고 발부받아 집행까지 해버리는 바람에 문책 대상이 됐고, 그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회에 증인으로 소환됐던 것이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느냐’는 의원들 질문에 윤석열은 “(결재권자인) ‘검사장님 모시고 이 사건을 계속 끌고 나가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답했다. 상부의 외압을 받고 있다고 의심되는 지검장이 결재를 안 해줄 것 같아서 팀장인 자신이 전결로 영장을 처리해버렸다는 뜻이었다. “보통 검사들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검찰 고위직 출신 변호사)을 그는 머뭇거리지 않았다.

신념을 앞세워 절차를 위반한 행위였지만, 박근혜 정부와 대척점에 있던 진영에선 정의로운 검사라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당시 조국 서울대 교수는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윤석열 검사의 오늘 발언, 두고두고 내 마음속에 남을 것 같다”고 썼다.

긴 유배의 시간이 지나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수직 승진한 윤석열은 휘하 진용을 자기 사람들로 채우는 초유의 특권을 누렸다. 검찰총장과 법무부가 협의해서 내려보낸 서울중앙지검 검사 인사안을 윤 지검장이 거부하자, 문재인 정부는 외려 그의 손을 들어줬다. ‘윤석열 사단’의 기원이다.

고검장을 건너뛰고 단번에 ‘우리 윤 총장님’이 되어선 ‘윤석열 키즈’를 고스란히 대검으로 확대 이식했다. 이 역시 문재인 청와대의 승인으로 가능했던 일이지만, 그들은 애초 전공인 특수는 물론 공안과 기획, 형사 분야까지 주요 보직을 모조리 ‘접수’했다. 그때에도 윤석열은 막 승진한 ‘초임 검사장’ 한동훈을 반부패부장(옛 대검 중수부장)에 앉히는 파격을 감행했다. 법무부의 일부 핵심 요직에도 원활한 업무 협조를 명분으로 ‘자기 사람’을 심었다. 그리고 얼마 안 지나 ‘조국 수사’가 시작됐다.

“수사 초기에 ‘대통령한테 보고가 안 됐다’는 말이 들려서 ‘에이, 설마 그럴 리가’ 했어요. 그런데 나중에 알아보니까 진짜더라고요. 입이 떡 벌어졌죠.” 그러나 그조차 서막에 불과했다. 대통령을 겨냥한 울산시장 선거 개입 수사,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가 거침없이 이어졌다.

예고편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시간을 조금 앞으로 감아, ‘윤 지검장’이 문재인 정부 첫 청와대 정무수석인 전병헌씨의 뇌물 사건 파일을 캐비닛에서 꺼냈을 때다. 청와대에 사전 보고가 없었다는 말을 듣고 그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보고 안 했어요. 아니, 뭐 우리가 사사건건 청와대에 사전 보고를 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까. 수사기밀 누설이 될 수도 있어요. 앞으로도 안 할 거예요.”

사람들의 편의적인 기억과 달리, 그의 행보에는 뚜렷한 일관성이 있다. 정치 입문 뒤 맞닥뜨린 여러 고비도 검사 때와 같은 ‘직진 승부’로 이겨냈다. 그런 행위의 총합으로 대통령 당선이라는 결과까지 얻었다. 그러니 ‘대통령 윤석열’이 ‘검사 윤석열’을 버리거나 고칠 이유는 딱히 없어 보인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 추진 과정이 압수수색과 흡사하고, 내각 인선이 검찰총장 시절 인사의 복사판인 까닭은 그가 그런 방식으로 나름의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습관은 이성보다 강하다.

너무나 익숙해서 위험한 ‘성공의 함정’이, 이제 막 낯선 무대에 올라선 윤석열의 발밑에 놓여 있다. 정치는 수사가 아니다. 유무죄로 승패가 갈리는 재판과도 거리가 멀다. 그래서 윤이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되묻게 된다. ‘검사 윤석열’은 ‘대통령 윤석열’로 성공할 수 있을까.

hck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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