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발견된 닭 뼈 화석들을 분석해보니 닭은 3500년 전 타이 지역에서 처음으로 가축이 돼 길러지기 시작했다는 연구결과가 최근 나왔다. 사진은 가축이 된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Gallus gallus).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가끔 한끼를 대신하는 음식으로 치킨 요리를 시켜 먹곤 한다. 배달음식이라 간편한데다 맛도 괜찮고 단백질도 충분히 섭취할 수 있으니 가성비 좋은 음식이다. 사실 닭고기는 국민음식을 넘어 인류 보편의 음식이 됐다고 할 만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지구촌 닭의 마릿수는 2020년 기준으로 330억을 넘어섰다.
닭은 언제부터 우리의 식용 가축이 됐을까? 고고학, 자연사를 비롯해 여러 분야 학자들이 모인 국제연구팀이 최근 닭이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인간의 가축이 됐는지를 추적하는 논문 2편을 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와 <앤티퀴티>에 발표했다. 닭 뼈 화석이 발굴된 89개국 600여곳의 화석과 자료를 재평가하고 탄소연대 측정법으로 검증하며 연구했다.
닭의 역사를 새로 쓸 만한 큰 규모 연구에서 몇가지 새로운 연구결과가 보고됐다. 먼저 닭의 가축화 역사가 알려진 것만큼 길지 않다는 점이다. 그동안 닭의 가축화 시기를 두고 6000년 전이니 1만년 전이니 논란이 분분했는데, 닭 뼈로 확인된 화석 중에 최초는 타이 반논왓 지역에서 발굴된 대략 3500년 전(기원전 1650~1250년) 화석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화석들로 보면 닭은 이때 이곳에서 처음 가축이 됐다.
야생닭을 가축으로 끌어당기는 데엔 쌀농사가 큰 역할을 했다고 연구진은 추정했다. 곡물 낟알을 먹으려는 꿩, 닭 같은 새들이 경작지와 주거지 주변에 많이 살았는데, 이 가운데 닭의 조상인 적색야계 종이 가축이 됐다는 가설이다. 가축이 된 닭은 3000년 전 중국 북부와 인도로, 2800년 전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으로 퍼져나갔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닭이 본래 식용으로 길러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유럽지역 닭의 역사를 다룬 <앤티퀴티> 논문을 보면, 기원전 9~10세기 유럽에 들어온 닭은 이국적인 희귀동물로, 문화적인 상징동물로 길러졌다. 이 시기에 닭 뼈들은 해체되지 않고 온전한 형태로 묻혔다. 사람 무덤에서도 발굴됐다. 닭은 죽은 자를 저세상으로 인도하는 안내자로 여겨졌을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기원전 4세기 무렵에야 닭은 점점 많이 사육되면서 고기 음식이 됐다. 연구진은 논문에서 3500년에 걸친 시간은 “인간과 닭의 관계가 어떻게 극적으로 변했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인간 활동이 지구환경을 크게 바꿔놓은 인류세의 시대에, 대량의 닭 뼈 화석이 우리 시대 지층을 구분해주는 지표 중 하나가 되리라는 자못 진지한 제안도 있다. 수천년이 지나 먼 훗날에 고고학자들이 우리 시대의 지질층을 탐사하며 닭과 인간의 역사를 어떻게 다시 기록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