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지역항공사인 브라텐스(BRA)의 ATR72-600 항공기가 지난 21일 바이오연료로 개발된 ‘지속가능한 항공연료’(SAF)만으로 상업비행 하는 데 성공했다. ATR(프랑스·이탈리아 항공기 제조사) 제공
오철우|서울과학기술대 강사(과학기술학)
지속가능한 비행이라고도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음식물쓰레기나 나뭇조각 같은 바이오매스에서 뽑은 바이오연료만으로 하늘을 나는 시험비행이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지난 21일 스웨덴 브라텐스 지역항공사가 화석연료 케로신이 아니라 새로운 바이오연료로 항공기 제트엔진을 가동해 1시간여 동안 나는 “역사적인 최초 상업비행”을 마쳤다고 한다.
사실 역사적 비행의 진짜 주인공은 항공사에 앞서 바이오연료 물질이었다. ‘지속가능한 항공연료’, 사프(SAF)라 불리는 새로운 제트연료가 최근 항공 분야에서 주목받는 신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마침 <사이언스>도 사프 연료 개발 현황과 전망을 담은 기사를 내보냈다. 기사를 보면, 사프 기술의 등장은 현재 소수 스타트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인도 등 9개국 10여개 기업이 손꼽힌다. 아쉽게 한국 기업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다.
쓰레기에서 제트연료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에너지의 연금술인 양 신기하다. 여러 공법 중 하나를 보면, 먼저 음식물과 바이오매스 쓰레기를 미생물로 발효시키고 여기서 나오는 휘발성 지방산을 따로 모은다. 그렇게 만들어진 누런 액체를 몇차례 촉매 공정으로 처리하면, 지방산 분자는 점점 다른 분자 구조로 바뀐다. 역겨운 냄새를 빼고 애초 지방산에 붙어 있던 산소를 제거하면 이제 화석연료 케로신을 대신할 제트연료가 된다. 분자를 쪼개고 붙이고 변형하는 화학 공정을 거치면서 쓰레기 속의 탄화수소 분자는 탄화수소 연료로 탈바꿈한다.
새로운 연료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건 아니다. 여전히 탄소 기반 연료이니 태우면 당연히 탄소를 배출한다. 하지만 사프 연료는 음식물이나 바이오매스 쓰레기에 있는 탄소를 재활용한다는 점에서, 깊은 땅속에 묻힌 원유를 꺼내고 태워서 지상과 대기의 탄소를 새롭게 늘리는 화석연료 사용과 구분된다. 이번 브라텐스 시험비행에서는 그렇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대 80% 줄이는 효과를 냈다.
새로운 연료가 주목받는 건 지구촌의 큰 관심사인 탄소중립 목표 때문이다. 제트항공기는 엄청난 양의 탄소를 배출하지만 전기차 같은 대안이 없어 그동안 난제로 꼽혔다. 사프 연료는 제트 비행에도 탄소중립의 희망을 주는 물질로 받아들여진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위해 사프 사용을 늘리도록 독려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에서도 이를 지원하는 정책이 마련되고 있다.
사프 기술은 우리가 찾을 수 있었지만 찾지 못했던 대안 기술의 성장에 사회적 관심과 정책적 응원이 중요함을 보여준다. 지속가능한 비행을 위해 안전하고 실용적인 연료 기술이 안착하는 날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