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육상자위대 12식 지대함 유도탄. 일본 육상자위대 제공
[특파원 칼럼] 김소연
도쿄특파원
지난해 10월 출범한 기시다 후미오 내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일본 참의원 선거가 10일 치러진다. 일본의 선거는 어차피 집권당인 자민당이 승리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을 주목해서 보고 있다.
지난 21일 일본 기자 클럽이 주최한 주요 9개당 당수 토론회를 흥미롭게 봤다. 두시간 넘게 여러 정책을 놓고 치열하게 공방을 벌이는데 지루함을 느낄 새가 없었다. 주변 국가인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외교·안보는 중요한 현안이다.
“일본 방위비가 국내총생산(GDP)의 1% 수준인데, 이것을 (자민당 공약대로) 5년 이내 2%로 끌어올리면 미국, 중국 다음으로 일본이 된다. 현재 세계 9위에서 3위의 군사대국이 되는 것이 목표인가.” 핵심을 찌르는 기자의 질문에 기시다 총리는 “그렇지 않다”며 이렇게 답했다.
“나토(NATO) 등 각국의 상황을 잘 살펴보고 우리에게 필요한 방위력이 무엇인지 논의한 다음, 재원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나. 수치가 먼저 나오면 이상한 논의가 될 수 있다.” 옆자리에 있던 이즈미 겐타 입헌민주당 대표의 반응이 재미있었다. 그는 “기시다 총리의 답변을 들으니, 자민당 안과 상당히 다르다. 총액(국내총생산의 2%)이 없다면 우리 당 정책과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
방위비와 관련해 정부 정책이나 자민당 공약에 ‘5년 이내 국내총생산의 2% 이상 증액’이 명시된 것은 권력 투쟁의 결과물이다. 당내 가장 큰 파벌을 이끌고 있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적극적으로 주장했고, 기시다 총리가 사실상 밀렸다. 당내 분위기도 총리의 생각과 다른 흐름이 관측된다. 과거 방위상을 지낸 자민당 관계자는 <도쿄신문>에 “당에서 ‘국내총생산의 2%’라는 목표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일본 내 논란은 뜨겁다. 무엇보다 재원 마련과 관련해 비판이 나온다. 현재 본예산 기준 5조4005억엔(약 51조원)인 방위비를 두배로 늘리려면 5조엔 이상이 더 필요하다. 국채 발행 이야기가 나오지만 일본의 ‘나랏빚’은 지난해 말 기준 1천조엔(약 9500조원)을 넘어섰다. 저출산·고령화로 복지비용이 계속 늘고, 코로나19 팬데믹에 따른 경제적 어려움으로 증세 등도 쉽지 않아 재정 압박이 심각하다.
일본의 대규모 군비확장은 동아시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우려도 크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중을 비롯해 국제사회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어, 군비경쟁이 한층 확대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것이 일본의 안보를 위해 좋기만 한 걸까. 기시다 총리는 지난 5월 중의원에서 “자국이 군사력을 강화하면 상대방은 더욱 군사력을 강화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국에 대한 위협이 증가할 수 있다”며 이른바 ‘안보 딜레마’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이런 논란과 위험에도 안보 불안이 커진 일본 정부는 선거 뒤 방위비 증액뿐만 아니라 북한·중국 등 주변국의 미사일 기지를 직접 타격하는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와 ‘평화헌법’에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명기하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 정부가 매년 발행하는 <방위백서>의 기본정책에는 “그동안 우리 나라는 헌법 아래 ‘전수방위’를 철저히 하고 타국에 위협을 주는 군사대국이 되지 않는다는 기본 이념에 따라… (중략) 방위력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왔다”고 적혀 있다. ‘핵무기 없는 세상’ 실현을 평생의 과업으로 삼고, 자민당 내 가장 온건한 파벌(고치파) 출신인 기시다 내각에서 평화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방위 정책의 대전환이 이뤄지는 것을 보고 있으니 착잡한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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