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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윙크와 무시

등록 2022-07-03 17:54수정 2022-07-04 02:36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누구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고 싶어한다. 사람 마음을 움직이는 요소로 말솜씨는 고작 7%에 불과하다. 나머지 93%는 몸짓이나 목소리가 좌우한다(메라비언의 법칙). 언어보다 비언어적인 요소가 결정적이란 뜻이다.

눈으로 보내는 메시지 중에 상반된 두 가지가 있다. 윙크와 무시. ‘윙크’는 매우 독특하다. 생리적 반응인 눈 깜박거림과 달리, 일부러 한쪽 눈만 감는 윙크는 그 행동을 하는 사람의 ‘의도’가 녹아 있다. 그만큼 작위적이다. 윙크는 뭘 뜻할까? 친밀감의 표시? 추파? 비밀스러운 약속에 대한 확인? 어떤 사안이 그리 심각한 게 아니니 안심하라는 표시? 상황에 따라 달리 해석되겠지만, 그 내밀함은 유지된다.

반면에 ‘무시’라는 말은 ‘보지 않음(無-視)’으로써 ‘업신여김, 깔봄, 신경 안 씀’과 같은 부정적인 정서를 전달한다. 눈을 마주치지 않는 것만으로도 이런 기분이 들게 하다니 얼마나 강력한 신호인가. 그런데 오해 마시라. 누군가를 ‘쳐다보는’ 일은 의외로 드물게 일어난다. 우리 눈은 온종일 뭔가를 바삐 보지만, 눈길을 주고받는 경우는 드물다. 눈은 인간의 내면이 드러나는 통로인지라, 그 내면을 엿보는 일은 큰 용기가 필요하다. 모르는 사람의 눈을 5초 이상 쳐다보라.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거나 ‘뭘 쳐다봐!’ 하면서 다툼이 생길 거다. ‘무시당했다’는 기분이 들 때는, 눈길을 주고받아야 하는 사이가 그러지 않았을 때다. 사이가 틀어졌거나 대등한 관계가 아닐 때다.

윙크와 무시 모두 의도적인 행동이다. ‘노룩 악수’로 무시당했다면, 다음번엔 윙크로 ‘선빵’을 날려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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