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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말글살이] 독불장군

등록 2022-07-10 18:21수정 2022-07-11 02:39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볼수록 특이하다. 여염집이나 가게 벽에 무심히 걸린 ‘가화만사성’, ‘진인사대천명’ 같은 한자성어를 볼작시면 ‘집안이 화목하면 모든 일이 잘된다’는 식으로 그 문구가 뭔 말인지 그대로 해석이 되건만, 이 말은 어쩌다가 이리 삐뚤어졌을꼬.

‘독불장군(獨不將軍)!’ 한자 그대로는 ‘혼자서(獨)는 장군(將軍)이 될 수 없다(不)!’는 뜻. 타인과 협력하고 타협하지 않으면 지도자가 될 수 없단 말이다. 중국에서도 비슷하게 ‘나무 한 그루로는 숲을 이룰 수 없다’(독목불림, 獨木不林)는 표현이 있다.

웬걸, 그런 뜻은 온데간데없고, 이젠 정반대로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을 가리키다니. 하기야 세상사 한 끗 차이. 독불장군도 좋게 봐주기만 한다면 ‘뚝심 있다’, ‘결단력 있다’, ‘카리스마 넘친다’는 칭찬을 들었을 테지. 나처럼 신념도 줏대도 없는 사람이 듣기 십상인 ‘허당, 흐리멍덩이, 허수아비, 말년병장’이란 놀림보단 백배 흐뭇할 듯.

무엇이 사람을 그렇게 만들까. 자기 경험에 대한 확신이 지나치게 강하거나, 반대로 사랑이나 관심을 충분히 받지 못해 열등감에 시달리던 사람들이 이런 성향을 갖는다더라.

내 의지의 관철은 타인의 의지의 좌절을 뜻하는 것이니 독불장군 주변에는 사람이 없고, 있다손 치더라도 아첨꾼이나 자리를 탐하는 해바라기들만이 즐비할 뿐. 힘없는 사람들은 짐짓 모르는 척하지만, 뒤에선 수군수군 경멸과 냉소를 날린다. 그래서인지 ‘독불장군’이란 말엔 ‘따돌림을 받는 외로운 사람’이란 뜻도 있더군. 친구여, ‘자기 멋대로’와 ‘외로움’은 그리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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