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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개미와 생태농업

등록 2022-08-23 18:11수정 2022-08-24 02:37

오스트레일리아, 남아시아 열대우림에 주로 사는 베짜기개미는 작물의 병해충을 줄여주는 생태농업에 자주 활용돼왔다. 4세기 중국 고대 문헌 <남방초목상>에서는 ‘감귤 개미’로 불렸다. 감귤 농사를 지을 때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감귤 개미를 활용하는 게 좋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스트레일리아, 남아시아 열대우림에 주로 사는 베짜기개미는 작물의 병해충을 줄여주는 생태농업에 자주 활용돼왔다. 4세기 중국 고대 문헌 <남방초목상>에서는 ‘감귤 개미’로 불렸다. 감귤 농사를 지을 때 벌레 피해를 막기 위해 감귤 개미를 활용하는 게 좋다는 기록이 전해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개미 농부’로 불리는 농사짓는 개미들이 있다. 중남미 열대우림에 사는 가위개미(또는 잎꾼개미)인데, 이 개미들은 영양분 많은 잎 조각들을 물어다가 땅속에서 버섯 균류를 싹틔우고 길러서 먹이를 수확한다고 한다. 농사짓는 개미의 신기한 습성은 여러 연구를 통해 알려졌고 이들의 부지런한 농사 생활은 인터넷 동영상으로도 찾아볼 수 있다.

스스로 농사짓는 개미는 아니지만, 농부의 생태농업을 돕는 개미들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개미들이 작물 해충을 잡아먹어 살충제 농약을 대신할 수 있다는데, 실제로 이런 개미 농법으로 작물 수확이 늘어난 사례도 있다고 한다. 브라질과 미국·스페인 연구진은 지난 17일 영국 <왕립학회회보: 생명과학>에 실린 논문에서 35년간 발표된 개미 농법 논문 52편을 추려 종합해보니, 작물에 해를 끼치는 유충과 애벌레를 잡아먹는 개미들이 천연 살충제 구실을 톡톡히 해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논문에서는 오스트레일리아, 북남미 등지의 사례를 중심으로 감귤, 망고, 사과, 대두 등 17개 작물과 개미 26종의 관계가 다뤄졌다.

경작지에서 포식자인 개미들은 초파리, 나비 등의 유충과 애벌레를 잡아먹는다. 개미가 분비하는 페로몬(화학신호 물질)도 한몫하는데 초파리는 개미 페로몬이 묻은 과일에 알 낳기를 피한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베짜기개미가 캐슈 생산량을 49% 늘리는 데 기여했다는 보고도 있었다.

언제나 좋은 시나리오만 있는 건 아니다. 개미는 1만4000종에 이를 정도로 다양하고, 그중에는 사람과 작물에 해를 끼치는 개미도 있다. 자료를 검색하다 보면, 포도 농사를 망치는 개미들에 대한 경고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개미는 진딧물이 분비하는 단물 먹이를 얻고자 진딧물과 공생 관계를 이루다 보니 개미가 많은 곳에서 진딧물 피해도 자주 발생한다.

논문 저자들은 생태농업을 위해 개미들에 관한 연구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다. 개미의 습성과 생태 연결망을 이해하고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땅과 나무에 설탕물을 발라 개미에게 당분을 제공함으로써 개미와 진딧물의 공생 관계를 흩뜨릴 수 있다. 개미 활동에는 생태 환경도 중요하다. 연구사례를 종합해보면, 개미 농법은 나무와 다른 작물을 섞어 심는 혼농임업과 그늘 재배 환경에서 그 효과가 크다고 한다.

생태농업의 눈으로 보면, 경작지는 아주 다양한 것들이 참여하는 역동적 관계의 연결망으로 드러난다. 흙, 물, 햇빛과 개미, 벌, 나비, 지렁이, 진딧물, 균류, 박테리아의 얽히고설킨 관계가 생태농업의 관심에 들어온다. 개미로 시선을 낮춘 연구는 갖가지 상호작용 관계가 얽힌 경작지의 작지만 큰 세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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