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하 안에 있는 지구에서 우리은하 전체를 사진에 담을 수 없지만, 우리은하는 다른 나선 은하인 NGC 4394와 유사한 것으로 여겨진다. 회전하는 은하에서 우주 물질이 몰려 긴 띠를 이루는 부분이 나선팔이다. 태양계가 은하 중심을 공전하며 나선팔 구간을 통과하는 동안에, 지구는 더 많은 혜성과 소행성 충돌을 겪는데 이때 지구의 대륙지각이 왕성하게 생성됐을 것이라는 가설이 최근 제기됐다. 왼쪽 아래 사진은 지름 0.25㎜ 크기의 지르콘 광물이다. 나사,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르콘이라는 광물이 있다. 깊은 땅속 마그마에서 주변 광물을 함유한 채 생성된다. 보통 지르콘은 모래처럼 작은 알갱이이지만 큰 것은 다이아몬드를 닮아 보석으로 가공된다. 지르콘은 지질학에서 아주 특별한 대우를 받는다. 매우 견고하고 안정적이어서 생성 시기의 지질 정보를 수십억년 동안 온전히 간직하기 때문이다. 2001년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44억년 된 지르콘이 발견돼 45억년 지구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광물로 기록됐다. 이런 점 때문에 지르콘은 지구 역사에 관한 정보를 간직한 타임캡슐로 불리기도 한다.
최근 지르콘에서 지구 초기 대륙 생성 역사를 보여주는 새로운 단서가 나왔다. 초기 지구를 뒤덮은 물 위로 지금 우리가 발 딛고 사는 대륙이 솟아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지구 내부 지각운동과 더불어 혜성과 소행성의 지구 충돌이 중요하게 작용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다. 오스트레일리아 커틴대학 중심의 국제연구진은 웨스턴오스트레일리아 필바라 지역에서 채집한 지르콘들에서 우라늄, 하프늄, 산소 동위원소 성분을 분석해 이런 결론을 얻었다고 <네이처>에 최근 발표했다.
지르콘이 전해주는 초기 지구 이야기는 한발짝 더 나아간다. 연구진은 뒤이어 미국지질학회의 <지올로지>에 발표한 논문에서 28억~38억년 전 시기를 간직한 지르콘들을 분석해보니 대륙지각이 왕성하게 생성되는 패턴이 2억년 주기로 나타났다고 보고했다.
2억년 주기는 어떤 의미일까? 태양계는 우리은하 중심을 초속 240㎞로 공전한다. 이런 속력은 함께 공전하는 은하 나선팔보다 빠른 것이기에, 태양계는 우주 물질이 몰려 있는 나선팔 구간을 대략 2억년 주기로 통과하는데 이때 많은 혜성과 소행성 충돌을 겪게 된다. 태양계의 가장 바깥쪽에 혜성들이 몰려 있는 지대(‘오르트 구름’)에서 더 많은 혜성이 나선팔의 영향을 받아 태양계 안쪽으로 날아들고, 그러면서 더 자주 지구와 충돌했을 것이다. 혜성과 소행성 충돌은 지표면에 엄청난 충격파를 일으키고 더 많은 마그마가 분출해 지각이 더 높게 솟아오르게 하는 요인이 되었으리라는 가설이다.
새로운 가설이 다른 후속 연구들에서 뒷받침된다면 앞으로 대륙 생성 역사를 담은 과학 다큐멘터리들은 지구 내부 운동뿐 아니라 은하 나선팔과 혜성의 역할을 더 고려해야 할 것이다. 주요 연구자인 크리스 커클런드 교수는 <더 컨버세이션>에 쓴 글에서 영국 시인 블레이크의 시 한 구절 ‘모래 알갱이에서 세계를 보다’를 인용하면서 “밤하늘 별을 올려다보고 발아래 광물 알갱이와 대륙지각을 느끼며 이 모두가 거대한 리듬으로 연결돼 있음을 생각한다”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