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의 ‘윤석열정권 외교참사·거짓말 대책위원회 발족식'에서 고민정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거짓말하는 사람과 참말 하는 사람은 공통점이 있다. 둘 다 진실(사실)과 연루돼 있다는 점. 거짓말쟁이도 진실에 신경 쓴다. 사실에 반하는 거짓말로 상대방을 속이려면 불가피하게 진실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개소리에 대하여>). 돈을 훔치지 않았다고 거짓말을 하려면 자신이 돈을 훔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하듯이.
개소리는 다르다. 개소리는 그저 자신의 필요에 따라, 입맛에 따라, 이익에 맞춰 튀어나오는 말이다. 그의 말 속에는 진실도 없고 거짓도 없다. 그저 ‘속셈’만 있을 뿐. 타인 앞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이 ‘아는 척, 가진 척, 센 척’ 했던가. 아이 앞의 어른, 학생 앞의 선생, 카메라 앞의 정치인은 뭐가 진실인지 모르면서도 마치 고매한 견해를 가진 듯 떠들어야 하는 경우가 잦다. 이때 흔히 나오는 말이 개소리다. 허풍, 흰소리, 허튼소리, 빈말이라고도 할까. 동조세력이 있다면 가속이 붙어 순식간에 세상을 처리 불가능한 말의 쓰레기장으로 만든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에서 김은혜 홍보수석은 그나마 진실에 관심을 가졌다. 15시간 동안의 침묵은 무엇이 진실인지 알고 거기에 맞서 어떻게 그럴듯한 거짓말을 만들지를 고심한 시간이었을 테니. 지금은? 잘 모르지만, 거짓말쟁이보다 개소리쟁이들이 판치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녕 진실에 관심이 없다면, 차라리 말년 병장처럼 해롭지 않은 일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면 어떨지. ‘손을 벨’ 정도로 군복 줄을 잡거나, ‘파리가 미끄러지도록’ 군화에 광을 내다보면 시간이 잘 간다. 그러는 게 해로운 개소리를 싸지르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