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경절 리셉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건배하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특파원 칼럼] 이본영 | 워싱턴 특파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곧 3연임을 확정 짓는다. 대만해협의 물리적 충돌 가능성에 대한 우려는 그의 집권 기간에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 중국은 무력으로라도 대만을 정복하려는 욕구를 지녔고, 미국은 전쟁을 막으려고 최선을 다한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군사력을 이용한 대만 방어 의지를 네차례나 밝힌 것도 그런 의미로 이해된다.
하지만 이런 시각이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할 수도 있다. 시야를 넓혀 보면 거대한 파워게임에서는 명분과 실제 의도가 따로이고, 누군가 설명하고 인정하기 전까지 그런 차이가 숨겨질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침략자와 피침략자만 있는 게 아니다. 전쟁을 부추기는 자, 원하지는 않지만 전쟁이 일어나도 어쩔 수 없다고 방관하는 자도 있다. 또 바깥에서 전쟁 방지나 종전을 위한 적절한 노력을 하지 않는 자, 자기 이익만 따지는 자 등 복잡다기한 세력이 전쟁 발발과 전개에 영향을 미친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미국의 계산도 단순히 ‘민주주의 수호’만은 아니다. 워싱턴에서는 핵전쟁까지는 도발하지 않게 하는 범위 안에서 러시아를 최대한 몰아붙이는 게 미국의 전략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려면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 국력을 소진시키는 게 적절한 방법이다. 사실 전쟁 초기부터 러시아의 전신인 소련의 붕괴를 촉진한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을 떠올리는 시각이 나왔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지난 4월 미국의 목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것과 같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약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호기롭게 우크라이나로 쳐들어간 러시아는 지금 상처 입은 들짐승처럼 날뛴다.
다른 나라들끼리의 충돌을 유도하는 이이제이로 어부지리를 챙기는 것은 하나의 유력한 전략이다. 국제정치학자인 존 미어샤이머 시카고대 석좌교수가 말하는 ‘미끼와 피’ 전략이다. 미끼를 던져 싸움을 시켜놓고 자국은 본격적으로 휘말리지 않으면서 적이 최대한 피를 쏟게 하는 것이다. 해리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은 상원의원 때인 1941년 2차 세계대전과 관련해 “우리는 독일이 이기고 있으면 러시아를 돕고, 러시아가 이기고 있으면 독일을 도우면 된다. 그래서 그들이 서로 가능한 한 많이 죽이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국과 대만의 충돌을 원했거나 원한다고 볼 근거는 없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가 발생한다면 대만 같은 곳이 숙적에게 수렁이 될 가능성을 고려할 것이라는 게 합리적인 생각이다. 중국이 더 뻗어나오기 전에 저지하려면 중국에 바로 붙어 태평양으로 나가는 길목에 있는 대만에서 ‘일’이 벌어지는 게 낫다고 보는 미국 쪽 전략가도 있을 것이다. 중국 쪽에서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등을 보면서 미국이 일부러 자국을 자극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시 주석은 2015년 존 케리 당시 미국 국무장관에게 “태평양은 중국과 미국을 모두 품을 만큼 넓다”고 했다. 미국 쪽에서 중국의 야망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회자된 말이다. 큰소리치기는 쉽지만 뒷감당은 어려울 때가 많다. 대만을 굴복시킨다고 해도 중국은 더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 시 주석이 대만이 미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현명하게 행동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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