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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인공지능으로 미술작품 만들기

등록 2022-10-18 18:20수정 2022-10-19 02:34

미국 콜로라도 미술공모전에서 디지털예술 부문 1위를 한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의 작품 ‘우주 오페라극장’. 이 작품은 인공지능 예술생성기인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됐다. 제이슨 앨런의 트위터
미국 콜로라도 미술공모전에서 디지털예술 부문 1위를 한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의 작품 ‘우주 오페라극장’. 이 작품은 인공지능 예술생성기인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됐다. 제이슨 앨런의 트위터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 8월 말 미국 콜로라도 미술공모전에서 인공지능이 생성한 작품 ‘우주 오페라극장’이 디지털예술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인공지능 작품이 경매에서 거래된다는 소식은 들어봤지만 번듯한 공모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일은 처음이라 화제가 됐다. 며칠 전에는 영국 의회 청문회에 옥스퍼드대 연구진이 개발한 로봇화가 에이다가 출석해 인공지능의 예술 활동상을 증언하기도 했다.

에스엔에스(SNS)에서는 달리2(DALL-E 2), 미드저니(Midjourney) 같은 인공지능 예술생성기(이미지 생성기)로 만든 작품을 올리고 품평하는 일이 새로운 놀이가 됐다. 인공지능 도구 중에서 사용하기 편하다는 크레용(craiyon.com)에서 직접 작품을 만들어봤다. ‘풀밭 위의 코끼리’라는 입력문(프롬프트)을 넣으니 흔한 코끼리 합성 영상이 나타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요구해야 하겠다. ‘고흐풍으로, 태양 아래 풀밭에서 하늘을 바라보는 행복한 아빠와 아들 코끼리’라고 입력하니 이번엔 제법 그럴싸한 그림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렇게 쉬울 리 없다. 초보자인 내가 주문한 그림은 여전히 조악하고 진부한 클리셰일 뿐이었다. 여기에도 상당한 숙련과 예술적 상상과 표현 능력이 필요하다.

실제로 콜로라도 미술공모전에서 수상한 게임 디자이너 제이슨 앨런은 <시엔엔>(CNN) 인터뷰에서 80시간 동안 900번의 입력과 후반 작업을 거쳐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이런 말은 인공지능 자체가 곧 창작자 자신은 아님을 보여준다. 앨런은 인공지능 도구와 대화할 줄 아는 창작자였다. 인공지능이 무심히 토해놓은 수많은 영상 중에서 ‘작품’을 결정하는 인간의 작업은 여전히 중요했다. 작업 방식은 달라졌지만 ‘당신은 버튼만 누르세요, 나머지는 우리가 합니다’ 식으로 단순하지 않다.

사진기, 신시사이저, 컴퓨터 그래픽 테크놀로지가 예술 영역에 들어온 과거 역사를 돌아보면, 신기술은 예술 영역과 장르를 다양하게 개척하는 도구가 됐다. 또 새로운 예술사조의 출현을 자극하고 촉발해왔다. 인공지능도 인간의 창작예술에 분명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변화의 한복판에 있는 우리가 그것이 어떤 변화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인간의 창의성은 인공지능의 데이터에 담긴 과거의 창의성을 넘어 미래에도 계속 새로움을 펼치며 나아가지 않을까.

중요하게 다뤄야 하는 다른 문제들이 남아 있다. 인공지능 작품의 저작권, 데이터 사용의 윤리와 책임, 갖가지 오남용 대책은 난해하고도 갈등적인 현실 문제들이다. 이런 문제들이 정리될 때, ‘인공지능 대 인간’이라는 대립의 틀을 넘어 인공지능 도구를 창작에 활용하고 평가하는 환경도 자리를 잡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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