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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제임스웹 우주망원경’ 이름 논란

등록 2022-11-01 18:06수정 2022-11-02 02:34

지난 7월 우주 관측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개념도. 우주망원경 이름을 따온 제임스 웹 전 나사 국장이 1950~60년대 동성애자 혐오와 차별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천문학계에서는 진상 조사와 개명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지난 7월 우주 관측 활동을 시작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의 개념도. 우주망원경 이름을 따온 제임스 웹 전 나사 국장이 1950~60년대 동성애자 혐오와 차별 정책에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천문학계에서는 진상 조사와 개명을 요구하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지난 7월 관측을 시작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허블 망원경으로 볼 수 없던 더 깊은 우주를 더 선명하게 담아 새로운 우주영상 시대를 열고 있다. 어린 별들의 탄생이 장관을 이루는 ‘창조의 기둥’ 관측 영상은 많은 이들이 찬탄을 자아내게 했다. 제임스웹은 허블이 30년 넘게 그랬던 것처럼 오랫동안 우리에게 친근한 이름으로 불릴까?

그 이름이 허블처럼 장수할지는 현재로선 불투명해 보인다. 우주망원경 이름은 1960년대 아폴로 달 탐사 계획을 추진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전 국장 제임스 웹(1906~1992)의 업적을 기려 나사가 붙였는데, 그 이름을 둘러싼 논란이 좀체 잦아들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많은 천문학자가 제임스 웹 전 국장이 1950~60년대 동성애자 공무원의 대량 축출에 관여했다는 근거와 의혹을 제기하며 진상 조사와 망원경 이름 개명을 요구해왔다.

논란은 제임스웹의 우주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가라앉은 듯했지만 사실 천문학계에서는 계속 이어졌다. 지난달 24일에는 영국 왕립천문학회(RAS)가 나섰다. 왕립천문학회는 인터넷 공지를 통해 우주망원경 이름 결정 과정과 제임스 웹의 과거 행적에 관한 조사 결과를 밝히라고 요구하는 공문을 나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또 ‘제임스웹 우주망원경’이라는 이름을 당분간 쓰지 말자는 공식 제안도 했다. 이 학회가 내는 학술지들에서 정식 이름 대신 ‘JWST’라는 약자를 쓰자는 것이다. 학술지 편집 규칙에서는 약자를 쓰더라도 처음에는 정식 이름을 쓰는 것을 원칙으로 삼지만 JWST는 예외로 했다. 불편한 이름을 부르지 않겠다는 결정인 셈이다.

더 강한 요구는 미국천문학회(AAS)에서 나왔다. 미국천문학회 자료를 보면, 학회장이던 폴라 스코디 교수는 지난해 11월 우주망원경 이름의 일방적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며 해명을 요구하는 편지를 빌 넬슨 현 나사 국장에게 보냈다. 이 학회는 지난 3월 비슷한 내용의 편지를 또 보냈다. 공개편지에서 스코디 학회장은 정부 문서에 자유롭게 접근하는 독립적인 조사를 이행하고 우주망원경 이름 짓기에 천문학계와 시민 의견을 투명하게 수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사로서는 천문학계의 협력과 참여 없이 우주탐사 활동을 하기 어렵기에 권위 있는 두 천문학회의 목소리를 쉽게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제임스 웹 행적 재조사와 우주망원경 이름에 관한 견해를 나사가 조만간 밝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제임스웹이라는 이름 대신 약자(JWST)로 부르는 운동이 왕립천문학회에서 정식 제안될 정도로, 우주망원경 이름 논란은 장대한 우주영상 뒤편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중요한 이슈로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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