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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더욱 긴장감 커진 우주론의 허블상수 격차

등록 2022-11-15 18:10수정 2022-11-15 18:52

초신성 폭발 이후에 남은 그 잔해의 영상. 초신성 관측 자료는 우주 공간 팽창률인 허블상수 측정뿐 아니라 암흑에너지와 우주 진화를 설명하는 분석에 활용된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초신성 폭발 이후에 남은 그 잔해의 영상. 초신성 관측 자료는 우주 공간 팽창률인 허블상수 측정뿐 아니라 암흑에너지와 우주 진화를 설명하는 분석에 활용된다. 미항공우주국(NASA)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드물게 일어나는 천체 현상을 관측한 자료가 쌓이고 쌓이다 보면 우주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빅데이터가 되기도 한다. 초신성이라 불리는 드문 현상을 관측한 기록이 그렇다. 거대 질량 별의 폭발인 초신성은 엄청난 에너지를 방출하기에, 100억광년 거리에서도 밝게 빛나 우리에게 우주의 진화와 팽창에 관한 여러 정보를 알려준다.

최근 미국 하버드-스미스소니언 천체물리학센터 연구진 등이 20여년 동안 쌓인 1500개 초신성(Ⅰa 유형) 관측 자료를 분석해 그 결과를 <천체물리학 저널> 특별호에 발표했다. ‘판테온+’라 불리는 분석틀을 사용했는데 방대한 자료와 기존 연구를 종합해, 학계에서는 분석의 정밀도를 크게 높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연구에서 주목받는 대목 중 하나는 우주 공간의 팽창률을 나타내는 허블상수와 관련한 오랜 논쟁을 다시 불러냈다는 점이다. 허블상수(단위 ㎞/sec/Mpc)는 우주 공간이 얼마나 빠르게 팽창하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수치인데, 그동안 두 갈래 연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수치가 제시돼 평행선을 달려왔다.

변광성과 초신성 같은 천체 관측을 바탕으로 한 연구 분야에서는 허블상수를 73 안팎으로 제시했으나, 초기 우주가 식으면서 남은 우주배경복사 관측 자료와 표준우주론을 바탕으로 한 연구 분야에서는 68 안팎으로 추산했다. 두 은하가 천문학의 거리단위인 1메가파섹(Mpc, 326만광년) 거리에 있을 때 공간 팽창으로 인해 각각 초속 73㎞, 68㎞ 속도로 서로 멀어지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양쪽 연구자들은 저마다 최고 방법을 동원한 연구를 거듭하며 정밀도를 높여온 터라, 73과 68이란 숫자는 서로 물러설 수 없는 팽팽한 긴장의 씨앗이었다.

이러던 차에 판테온+ 연구진은 1500개에 달하는 방대한 초신성 데이터를 바탕으로 허블상수를 검증하고 나섰으니 당연히 주목받을 만했다. 판테온+ 연구진은 허블상수를 73.4로 산출해 제시했다. 오차범위는 1.3%이며 오류 가능성은 100만분의 1에 불과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분석 과정에 다른 문제가 없는지를 검증했으며 오류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결과적으로 73과 68의 격차는 거의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두 허블상수의 근거는 저마다 더욱 탄탄해지고 그만큼 둘 간의 긴장은 더욱 팽팽해졌다. 우주가 팽창하는 속도가 두개일 수는 없으니 허블상수와 우주론 연구에는 어떤 식이건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우주의 진화, 팽창과 관련해 현대과학이 다 설명하지 못하는 새로운 물리가 우주에 숨어 있는 것일까? 허블상수의 긴장은 우주론 연구에 새로운 발견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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