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믹스 사태 피해자 협의체 관계자들이 2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업비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메이드가 만든 가상자산 위믹스의 거래지원 종료(상장폐지)를 결정한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를 규탄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뉴노멀] 김기만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위믹스(WEMIX)는 게임회사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암호화폐)이다. 게임 아이템 및 캐릭터 등을 거래하는 목적으로 발행된다. 디지털자산 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가 위믹스의 거래 지원 종료(상장폐지)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위메이드는 닥사 소속 거래소를 상대로 상장폐지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상장폐지 전날인 7일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결론이 어느 쪽으로 나든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위믹스의 유통량 오차였다. 위믹스 재단은 지난 7월 거래소 유통량 공시 내역을 제출했다. 공시에 따르면 지난 10월 말 기준 위믹스의 계획 유통량은 약 2억4600만개였지만, 당시 유통량은 약 3억1800만개로 약 7200만개가 많았다. 업비트 등 국내 거래소 4곳이 이를 문제 삼아 위믹스를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유통량이 달랐던 가장 큰 이유는 재단이 보유한 지갑에서 6850만개의 위믹스 토큰이 출금됐기 때문이다. 이 중 3580만개의 위믹스가 탈중앙화금융(디파이) 서비스에서 대출을 위한 담보로 사용됐다. 디파이는 중개자 없이 블록체인상에서 이뤄지는 금융 서비스를 말한다. 대출 규모는 200억원이 넘었다.
쟁점은 담보로 잡은 위믹스를 유통량으로 볼 수 있느냐 여부다. 닥사는 이를 유통량 공시 위반으로 보고 위믹스를 거래 유의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자에게 사전 공지 없이 재단 지갑에서 위믹스가 빠져나간 것으로 판단했다. 반면 재단은 디파이에서 담보로 제공한 물량은 시장에 유통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상장폐지가 결정 나기 전 소명 기간 위믹스 재단은 담보 대출을 상환했다. 담보로 잡은 위믹스 물량은 재단 지갑으로 되돌려 유통량을 회수했다. 이는 유통량 문제를 인정한 꼴이 됐다. 재단은 유통량이 원상복귀됐다고 주장했지만, 거래소는 거래 지원 종료라는 조치를 거두지 않았다.
이번 사안은 단순한 유통량 공시 문제로만 보기 어렵다. 재단이 위믹스를 담보로 유동화를 시도하면서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위믹스 가격이 하락해 담보가 청산되면 그 물량이 시장에 유통될 여지가 충분했다. 유동화 과정은 처음부터 시장에 투명하게 공개되지도 않았다. 투자자 보호라는 닥사의 명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위믹스 유동화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메이드는 지난해 연말부터 위믹스를 활용해 기업을 인수하거나 사업을 확장해나갔다. 모바일 게임 ‘애니팡' 제작사 선데이토즈를 1367억원에 인수한 게 대표적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주주사인 비덴트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도 800억원을 투자했다.
당시에도 논란의 핵심은 예고 없는 위믹스의 대량 매도였다. 위메이드 쪽은 “위믹스 매도 금액으로 투자를 확대하면 위믹스 생태계에 도움이 된다”는 명분을 뒤늦게 내세웠다. 하지만 이는 시장의 신뢰에 금이 가는 중요한 사건이었다.
위메이드는 올해 초부터 위믹스를 공개적으로 매각해 투자 자금을 조달해왔다. 장현국 위메이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신의 월급 및 배당으로 매달 위믹스를 매입하고, 위메이드 창립자인 박관호 의장은 300억원에 이르는 위믹스를 사들였다. 비공개 매각으로 인한 시장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프로젝트와 달리 자발적으로 유통량을 공시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취지였다.
위메이드와 위믹스 재단은 이런 일들을 거치며 투명성과 소통을 강조해왔다. 그러기에 이번 유통량 논란은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숫자가 아니다. 신뢰의 문제다. 위메이드와 위믹스 재단이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느냐에 따라 위믹스의 미래가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