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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프로 갑질러’ 유형 탐구 / 유선희

등록 2023-01-10 14:19수정 2023-01-11 02:37

한국사회의 ‘갑질’(gapjil)이 외신에도 등장했다. 김재욱 화백
한국사회의 ‘갑질’(gapjil)이 외신에도 등장했다. 김재욱 화백

‘갑질’은 강자인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한 행위를 통칭하는 용어다. 계약서상에서 계약 당사자를 순서대로 지칭하는 용어였던 ‘갑’과 ‘을’에서 파생된 말로, 본래는 우열이 없는 계약 쌍방의 ‘수평한 관계’를 뜻했다. 하지만 대부분 계약 당사자 중 우위에 있는 쪽이 ‘갑’이 되면서, 행위를 일컫는 ‘~질’을 붙여 부정적 의미를 강조한 ‘갑질’이라는 말이 탄생했다.

‘갑질’이라는 말이 언제 생겨났는지는 분명치 않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를 통해 검색해보면, 2012년께부터 언론에 ‘갑질’이라는 단어가 등장하기 시작하니 사회 전반에 널린 쓰인 건 10년쯤 됐다고 볼 수 있다.

갑질은 워낙 다양해 종류별로 분류하기도 한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2014년)같이 오너·경영진이 직원에게 폭언·폭행을 하는 ‘오너형’, 남양유업 본사의 물량 밀어내기(2013년) 같은 ‘밀어내기형’, 취업에 목마른 이들의 사정을 이용해 최저임금조차 안 준 이상봉 디자이너(2015년) 같은 ‘열정페이형’, 간호사 ‘태움’이나 대학 내 ‘똥군기’ 같은 ‘텃세형’ 등이 있단다. 최근엔 자영업자를 상대로 꼬투리를 잡아 맘카페·앱 등에 악성 리뷰나 댓글을 남기는 ‘악플테러형’까지 등장했다.

갑질의 속성·본질은 ‘권력 우위’다. 오너든, 대기업이든, 직장 상사든 상대적으로 권력이 있다고 여길 때 갑질을 한다. 이런 이유로 갑질은 특별한 이의 전유물은 아니다. 상사에게 갑질을 당한 ‘을’도 백화점 직원에게 “무릎 꿇으라”며 갑질을 할 수 있다. 최근엔 외신까지 ‘갑질’(gapjil)을 한국 사회의 병폐라며 도마에 올린다.

지난 2일 ‘직장갑질119’가 지난해 4분기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10명 중 3명이 ‘직장 내 갑질을 경험’했고, 이 중 22%는 ‘퇴사를 택했다’고 답했다. 우리 사회에 갑질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해 벽두부터 지평 막걸리, 쿠쿠, 아디다스 등 기업 본사가 대리점·가맹점에 ‘계약 해지’를 앞세워 갑질을 일삼아 논란이다. 기업 본사의 갑질은 ‘대리점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나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등을 적용해 당장에라도 철퇴를 내릴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적극적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새해엔 기업의 갑질부터 하나씩 뿌리 뽑혀 ‘을’도 살 만한 세상이 되길 바란다.

유선희 산업팀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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