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씨는 직장 내에서 새로운 팀으로 배치를 받은 뒤 실수했다는 이유로 민폐를 끼치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받고 팀원들로부터 노골적인 무시 등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 극심한 우울증을 앓다 극단적 선택까지 시도하는 등 회사를 더 다니기 어려울 만큼 고통이 큰 상태라며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제보를 했다.
2일 직장갑질119가 공개한 ‘직장인 인식 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인 10명 가운데 3명(28%)은 지난해 1년 동안 다니는 회사에서 괴롭힘 피해를 경험했다. 이 단체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달 7일부터 14일까지 전국 만 19살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괴롭힘을 당한 이들 7.1%는 ‘자해 등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고 토로했다. ‘극단적 선택을 고민했다’는 이들은 5인 미만 사업장(15.8%)에 근무하는 경우가 대기업(3.2%) 노동자에 견줘 5배 높았다.
괴롭힌 피해를 당한 280명 가운데 22.1%는 ‘회사를 그만뒀다’고 답했다. 피해 경험이 있는 남성(156명) 중 15.4%만이 퇴사했지만, 여자(124명) 중에서는 30.6%가 피해에 대한 대응으로 회사를 그만뒀다. 직장 규모별로 보면 정규직(164명)은 13.4%만 퇴사했지만 비정규직(116명)은 34.5%가 회사를 그만뒀다. 20대 노동자(32.0%)와 50대 노동자(15.9%) 그룹 간에도 피해로 인해 퇴사했다는 응답이 2배 가량 차이가 났다.
직장갑질119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피해자인 비정규직·5인 미만 사업장 소속·20대·여성노동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하면 신고가 아닌 ‘퇴사’를 선택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특히 5인 미만 사업장은 가해자가 사용자나 그 가족인 경우가 많은데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아 신고조차 하지 못하고 퇴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37.1%로 가장 많았으며 ‘사용자(대표, 임원, 경영진)’(26.1%), ‘비슷한 직급 동료’(18.9%)가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119는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개정해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직장 내 괴롭힘 금지제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 대표 권두섭 변호사는 “설문조사를 보면 직장인 61.2%가 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실제 제재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법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개선 효과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법 사각지대로 남아있는 5인 미만 사업장, 원청 갑질,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도 법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장현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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