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가상자산(암호화폐) 정보 사이트 99비트코인에서는 ‘비트코인 부고들’(Bitcoin Obituaries)을 모아두고 있다. 이 사이트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지금까지 469번 사망선고를 받았다. 영어권 기사와 유명 인사들의 발언만 모아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당한 숫자다. 2009년 탄생한 비트코인은 매년 30번 이상 “이제 끝났다”는 공격을 받았다.
지난해 테라·루나 사태와 에프티엑스(FTX) 거래소의 파산은 비트코인 비관론을 더욱 키우는 계기가 됐다. 비트코인 가격은 역대 최고가(6만9천달러) 대비 75%가량 하락하면서 비트코인 비관론자들이 기세등등해졌다.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가상화폐 가운데 99%는 사기”라며 “거품이 이른 시일 내에 터질 수 있는 만큼 가상화폐를 최대한 멀리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비관론과 함께 끝없이 추락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올해 들어 30% 넘게 오르면서 반등하고 있다. 암호화폐 전체 시가총액도 7955억달러(약 981조원)에서 1조237억달러(약 1262조원)로 늘었다. 지난해 하락 폭에 비해 반등 폭은 미약한 수준이지만 최저점은 지났다는 긍정적인 시각도 늘고 있다. 빗썸경제연구소는 올해 비트코인 가격이 최대 5200만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을 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긴축적인 통화정책이 완화되면서 암호화폐 시장의 유동성 회복에 도움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이른바 ‘4년 주기설'에 따르면 올해 비트코인 가격 전망은 더욱 밝다. 역사적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4년을 주기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했기 때문이다. 2011년과 2015년, 2019년 강세장이 나타났는데, 같은 주기라면 올해도 강세장이 나타난다는 논리다.
비트코인 가격이 주기적인 패턴을 보이는 것은 반감기 영향으로 해석된다. 비트코인 반감기는 특정 주기마다 채굴 보상으로 지급되는 비트코인 수가 반으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비트코인 창시자인 사토시 나카모토는 21만 블록이 생성될 때마다 반감기가 실행되도록 비트코인을 설계했다. 이는 대략 4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첫번째 반감기는 2012년 11월이었다. 채굴 보상이 1블록당 50개에서 25개로 줄었다. 두번째 반감기 2016년 7월에는 채굴 보상이 25개에서 12.5개로 줄었다. 세번째 반감기인 2020년 5월에는 채굴 보상이 6.25개까지 감소했다.
앞서 세번의 반감기를 전후로 비트코인 가격은 강세를 보였다. 첫번째 반감기에선 12달러에서 1100달러대로 폭등했고, 두번째 반감기 이후에도 650달러에서 1만9천달러로 올랐다. 세번째 반감기 이후에는 18개월 만에 8800달러에서 6만9천달러까지 상승했다.
비트코인 긍정론자들은 이런 현상을 희소성에 빗대 설명한다. 채굴자들이 받는 보상이 절반으로 줄어들면 비트코인의 희소성이 높아져 가격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물론 이미 시장에서 채굴 보상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예측하고 대응하면서 4년 주기론이 더는 유효하지 않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그래도 투자자들로서는 자연스레 다음 비트코인 반감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현재 블록 생성 속도를 고려하면 다음 반감기는 내년 5월 전후로 예상된다.
투자의 세계에서 가격을 전망하는 것은 무모할 수 있다. 무엇보다 과거가 미래를 담보하지 않는다. 탄생한 지 이제 10년이 갓 넘은 비트코인의 역사는, 미래를 전망하기에는 너무 짧다. 앞선 세번의 반감기에 빗대 다음번 반감기를 예측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투자의 영역에서 살짝 비켜나서 보면 어떨까. 하나의 현상을 관측하는 관점에서 보면 더욱 흥미로울 수 있다. 비트코인 부고들이 계속 쌓여가는 가운데 과연 ‘반감기 랠리’가 이번에도 재현될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