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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장우 대전시의 ‘반’인권센터

등록 2023-02-14 18:40수정 2023-02-14 19:09

대전인권비상행동이 지난달 1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인권센터 위·수탁 과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인권비상행동 제공
대전인권비상행동이 지난달 17일 대전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대전시인권센터 위·수탁 과정과 관련한 정보를 공개하라’라고 촉구하고 있다. 대전인권비상행동 제공

[전국 프리즘] 최예린 | 전국부 기자

“‘소수자’라는 프레임과 ‘약자’라는 감성적 접근으로 사회와 가정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다. 그리고 잘못된 인권교육은 부모와 교사를 고발하고,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유로 교회를 혐오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김영길 대전시인권센터장이 <인권의 딜레마>라는 책에서 인권의 부작용이라며 설명한 내용이다. 그는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설정하고 인정하는 시대가 된 것은 “하나님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했다.

지난달 대전시인권센터장으로 임명되기 전까지 그는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에 노골적으로 반대해온 바른군인권센터 대표로 활동했다. 책에서 김 센터장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념적인 인권은 부모의 권위와 정상적인 가정의 중요성을 사라지게 한다. 동시에 동성애와 프리섹스를 ‘성적 자기결정권’으로, 성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오는 젠더를 ‘성별 자기결정권’으로 배운다. 그로 인해 청소년들의 자아가 파괴되고 있다”며 “동성애 행위는 분명 멀리하고 죄악으로 구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지도위원으로 활동했으며 올해부터 대전시인권센터 운영 새 수탁기관으로 선정된 한국정직운동본부 역시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에 목소리를 높여온 단체다. 이 단체 박경배 대표(대전송촌장로교회 담임목사)는 2018년 10월 ‘가증한 일, 동성애’라는 제목의 설교에서 “동성애자들도 평등하고 소수자·약자로서 보호받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동성애가 인권일까?”라며 “나 개인이 행복하다고 사회적·도덕적으로 인정할 수 없고 법적 체제를 무시하며 타인에게 해를 끼치는 행위를 하면 안 된다. 혐오감을 줘서도 안 된다. 마약을 복용하는 것과 음주운전을 하는 것을 허락할 수 없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차별금지법은 교회와 가정을 파괴하기 위한 사탄의 전략”이라고도 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이들이 광역지방자치단체 인권센터 운영자가 될 수 있다니, 믿기 힘들지만 이장우 시장이 이끄는 대전의 현실이다. 지난해 11월 인권센터 새 수탁자 선정 소식이 알려지자 “반인권단체가 인권센터를 운영하는 초유의 일이 대전에서 벌어졌다”는 말까지 나온 이유다.

2017년 인권센터 개소 때부터 운영을 맡아온 대전와이엠시에이(YMCA) 유지재단을 제치고 한국정직운동본부를 새 수탁기관으로 선정한 것을 두고서도 여러 뒷말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대전시가 인권센터 수탁기관 모집 공고를 내기 직전에야 법인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전시인권센터는 ‘대전시 인권보호 및 증진 조례’에 따라 설립돼 △인권침해 사례의 접수·상담과 연구·실태조사 △인권 관련 교육·홍보 △인권 보호 및 증진 프로그램 개발 등을 담당한다. 인권센터 새 수탁자를 선정하면서 대전시는 적격성(20점), 사업수행 능력(50점), 사업실적(20점), 재정능력(10점) 등을 평가했다고 한다. 인권이 아닌 ‘정직’ 운동을 해온 단체가 어떻게 인권센터 운영기관이 될 수 있었을까?

강병헌 대전시 인권증진팀장은 “인권은 일반적인 국민 입장에서 기본적인 권리이기 때문에 특별한 전문성이 없어도 어느 기관이라도 다 할 수 있는 업무”라며 “이 단체가 동성애·차별금지법 반대 활동을 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심사위원에게 관련 정보를 전달하지도 않았다”고 답했다. 대전시는 인권센터 선정 과정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할 수 없다”고 버티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도 있다. 한국정직운동본부가 지난해 6·1 지방선거에서 이장우 현 대전시장을 공개 지지했다는 것이다. “(지난 4년) 인권과 평등에 대한 편향된 인식, 조직을 위한 시민 혈세 낭비는 실망을 가져왔다. 이 후보는 정직과 올바른 가치로 충절의 대전을 회복시킬 자질이 있음이 검증됐고,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올바른 가치와 정직한 권리를 지킬 적임자”라면서.

반년 뒤 이 단체는 대전시인권센터의 수탁자로 선정됐다. 그 과정에서 어떤 셈법이 작동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floy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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