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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현장실습 60년, 멈춰야 할 ‘다음 소희’

등록 2023-02-19 12:32수정 2023-02-20 02:39

현장실습과 영화 <다음 소희>. 김재욱 화백
현장실습과 영화 <다음 소희>. 김재욱 화백

2017년 1월 엘지유플러스(LGU+) 하청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마이스터고 재학생 홍수연(당시 18살)양이 실습 5개월 만에 전주의 한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그는 실습생 신분임에도 이른바 ‘욕받이 부서’라고 불리는 해지방어팀에 배치됐고, 폭언과 실적 압박, 부당한 저임금 등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홍양 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영화 <다음 소희>는 현장실습 명목으로 자행되는 착취 현장을 ‘완주생명과학고 애완동물관리학과 3학년 김소희’를 통해 보여준다.

직업계 고등학교의 현장실습 제도는 1963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일환으로 산업교육진흥법을 제정하면서 도입됐다. 이후 교육보다는 산업·경제정책의 필요에 따라 ‘학생 인력’을 활용하는 목적으로 이용됐다. 2005년 실습생 사망 사고 뒤 참여정부는 이듬해 ‘현장실습 정상화 방안’을 통해 사실상 업체 파견형 실습을 폐지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2008년 4월 자율화 명목으로 최소한의 안전장치도 없이 현장실습을 부활시켰다. 무리한 취업률 목표치를 제시하며 학교를 압박했고, 목표치 미달학교 통폐합 계획까지 내놓았다.

실습생들은 열악한 현장에서 중대재해와 인권침해에 내몰렸다. 하루 10시간 이상 일하다 뇌출혈로 뇌사 상태에 빠지고(2011년), 폭풍우 속 작업선이 전복되어(2012년) 숨졌다. 야간근무 중 공장 지붕 붕괴(2014년)로 목숨을 잃고, 제품 적재기에 몸이 끼여 숨지는 사고(2017년), 12㎏ 납덩이를 허리에 매고 잠수 작업을 하다 숨지는 일(2021년)이 이어졌다. 공장 내 집단괴롭힘(2015년) 끝에 스스로 세상을 등진 이도 있다. 모두 고3 학생들이다.

정부는 사고가 생기면 급히 대책을 내놓았다가 슬그머니 제도를 완화하는 일을 반복했다. 학생 보호는 교육부·노동부의 감독 책임이 불분명하거나 유명무실하다. 국회에는 개선책을 담은 법률 개정안이 여럿 발의돼 있지만 진전되지 않는다.

영화 <다음 소희>는 ‘저임금 인력파견소’로 전락한 학교와 이를 방치하는 정부, 실습생들을 값싼 노동력으로 여기는 기업을 고발한다. 소희의 죽음을 쫓는 형사 유진은 같은 처지의 소희 친구 태준에게 말한다. “누구한테라도 말해. 괜찮아.” 우리 주변의 수많은 ‘소희’를 ‘다음 소희’로 만들지 않을 책임은 남은 우리들의 몫이다.

최혜정 논설위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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