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7월 ‘대중교통요금 특별할인제도’ 도입을 뼈대로 하는 ‘대중교통의 육성 및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물가 급등 등으로 국민 부담이 커질 경우 5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대중교통요금을 경감해주자는 내용이다. 독일이 시행 중이던 ‘9유로 티켓’을 본뜬 제도다.
‘9유로 티켓’은 한달에 9유로(1만2천원)만 내면 기차·지하철·버스 등을 무제한 탈 수 있는 대중교통 할인 이용권이다.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생활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 6~8월 석달간 한시적으로 시행됐다. 대중교통 이용을 장려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려는 목적도 있었다.
‘9유로 티켓’은 큰 인기를 끌었다. 석달간 5200만장이 팔렸다. 독일 인구가 약 8200만명이니 국민의 63%가 이용한 셈이다. 양이원영 의원 법안에 대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검토 보고서를 보면, 이 사업을 실시한 결과 대중교통 이용이 10~15% 증가했다. 티켓 구매자 중 20%는 이전에 근거리 대중교통을 거의 또는 전혀 이용하지 않던 이들이었다. 승용차 이용이 줄면서 대기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났다. 이 기간에 온실가스가 180만톤 덜 배출되고 대기질도 6% 향상됐다고 한다.
국제 통계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 자료를 보면, 승객 1명이 1㎞를 이동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이 버스는 105g, 기차는 41g인 반면, 가솔린 승용차는 192g이나 된다. 대중교통이 승용차보다 ‘탄소 발자국’을 훨씬 덜 남긴다는 얘기다. 영국 리즈대 연구팀이 2020년 기존 7천여건의 연구 결과를 분석해 내놓은 ‘개인이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 효과적인 방법 10가지’ 중 첫째가 ‘자동차 이용하지 않기’였다.
독일은 ‘9유로 티켓’이 폭발적인 호응을 얻자 올해 5월부터 이용권 가격을 현실화한 ‘49유로 티켓’을 상시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해 말 노동·환경단체들이 ‘1만원 교통패스연대’를 꾸려 ‘한국판 9유로 티켓’ 도입 운동을 벌이고 있다. 기후위기 시대, ‘1만원 교통패스’는 교통복지와 환경 두 마리 토끼를 잡을 대안이 될 수 있다. ‘공공교통 확충이 곧 기후정의’라는 이들의 주장이 메아리 없는 외침으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이종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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