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6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형 토큰 발행·유통 규율체계 정비 방향’ 세미나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자본시장연구원 제공
[뉴노멀-헬로, 블록체인] 김기만 | <코인데스크 코리아> 부편집장
‘토큰증권 발행’(ST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달 초 금융위원회가 ‘토큰증권’(Security Token·ST) 합법화를 발표하면서 블록체인 업계와 증권 업계 모두 들썩이는 모양새다. 블록체인의 제도권 금융 진입이자, 전통 금융업계에서는 새로운 먹거리의 등장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토큰증권은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토큰 형태로 발행하는 증권을 말한다. 기존에는 ‘증권형 토큰’이라고도 불렸지만, 금융위는 ‘토큰증권’이라는 용어를 제시했다. 토큰이 아닌 ‘증권’이라는 데 주안점을 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위는 “토큰증권이 블록체인이라는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하지만 증권성을 지녔다는 점에서 주식, 채권 등과 다를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증권은 발행 형태와 관계없이 자본시장법상 규제 대상이다.
토큰증권 발행이 전면 허용되면 다양한 자산을 증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트업 같은 비상장 기업의 자금 수혈이 수월해지고, 부동산과 미술품 같은 실물 자산을 증권화하기 쉬워진다. 저작권과 특허, 지식재산권 같은 무형자산도 증권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에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운영되는 조각투자 서비스도 더욱 활발해질 전망이다.
토큰증권 발행이 기존 기업공개(IPO)와 다른 점은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증권을 발행한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증권 발행보다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스마트 계약 기술을 기반으로 진행돼 중개인의 개입이 줄어들고, 배당이나 공시 같은 업무도 자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거래 과정이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투명성이 높아지고 결제 시간도 단축된다. 24시간 시장 거래도 가능하다. 자산의 지분을 쪼개 팔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물론 핑크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기대와 달리 토큰증권 발행이 활성화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플랫폼 구축까지 상당한 초기 비용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에 비해 거래 활성화는 장담할 수 없다. 조각투자를 위해선 소액 투자자 다수가 필요하다. 유통시장 활성화가 관건이라는 의미다.
매력적인 자산은 토큰화할 유인이 적다는 점도 한계로 꼽힌다. 투자자로서는 수익성이 높은 자산은 굳이 토큰화를 통해 유동화를 할 필요성이 적다. 기대 수익률이 적은 자산 위주로 토큰화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국내시장에서 서비스 중인 상업용 부동산의 조각투자 수익률은 그리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거래량이 받쳐주지 않아 현금화가 쉽지 않은 경우도 적지 않다.
퍼블릭 블록체인 채택 여부도 관심사다.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든지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다. 반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은 미리 정해진 주체만 참여할 수 있는 폐쇄형 네트워크다. 금융위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토큰증권 발행은 프라이빗 블록체인만을 대상으로 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는 탈중앙화와 개방성이라는 블록체인의 장점을 극대화하지 못하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여러 한계에도 일각에서는 금융위의 토큰증권 발행 허용을 새로운 금융시장의 탄생으로 평가한다. 그동안 거의 방임 상태에 있던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으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블록체인 기술을 금융에 접목하려던 주체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블록체인 기술 회사들과 손잡는 일이 부쩍 많아진 이유다.
지난 몇년간 블록체인 기술은 기대와 함께 오해도 많이 받았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코인 가격의 급등락은 블록체인 산업의 흥망성쇠를 뒤흔들 만큼 강렬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블록체인의 본질은 분산원장이다. 조작되지 않고, 누구나 신뢰할 수 있는 장부를 만드는 기술이다. 블록체인 도입과 함께 대한민국 금융이 혁신하는 미래를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