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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불안하니 두근거린다? 두근거려 불안하기도! [오철우의 과학풍경]

등록 2023-03-07 17:30수정 2023-03-08 02:34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들. 불안 감정은 우리 몸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반응을 일으키는데, 최근에는 거꾸로 빠른 심장박동이 불안 감정을 일으킬 수 있음이 동물실험 연구에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이모티콘들. 불안 감정은 우리 몸의 심장박동수를 높이는 반응을 일으키는데, 최근에는 거꾸로 빠른 심장박동이 불안 감정을 일으킬 수 있음이 동물실험 연구에서 밝혀졌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많은 사람 앞에 서서 말할 차례가 다가올수록 심장은 콩닥콩닥 고동친다. 불안은 심박수를 더 높인다. 빨라진 심장박동으로 이제 불안한 마음은 더욱 요란해진다. 이쯤 되면 불안해 두근거리는지, 두근거려 불안한지 분간하기 힘들다. 몸의 변화는 감정에 순응하는 반응일 뿐일까? 불안은 두통, 두근거림, 소화장애 같은 몸의 변화를 일으키곤 하는데, 정반대 흐름도 근거가 있는 걸까?

심리학에는 둘을 함께 설명하는 감정이론이 있다. 미국 철학자이자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1842~1910)의 이론에 따르면, 감정은 뇌뿐 아니라 몸의 반응과 함께한다. 즐거워 웃는다지만 거꾸로 웃으니까 즐거워진다거나, 불안해 두근거리지만 두근거리니까 불안해진다는 것도 이런 감정이론에 따르면 맞는 말이다.

제임스의 감정이론을 뒷받침할 만한 실험 결과가 최근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학 생명공학·정신의학 연구진은 빠른 심장박동만으로도 뇌에서 불안 감정이 일어날 수 있음을 동물시험에서 확인해 <네이처>에 발표했다. 실험에는 분자, 세포, 행동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첨단기법들이 사용됐다. 연구진은 특정 파장의 빛에 반응해 활성화하는 단백질을 실험 쥐의 심장 근육세포에 유전자 변형으로 이식하고, 그 빛을 쪼여 쥐의 심장박동수를 조절하며 불안 행동을 관찰했다. 불안 행동은 실험 쥐가 위험한 상황에서 심박수가 높아질 때 뚜렷하게 나타났다. 하지만 위험하지 않은 상황에 있거나, 심장박동 신호가 뇌 피질에 전달되는 경로가 끊긴 경우엔 불안 행동이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실험 결과에 대한 연구진의 해석은 다음과 같다. 먼저 뇌가 위험한 상황을 지각하고 이에 뒤따르는 몸의 반응이 일어난다. 이 두 경우가 동시에 일어날 때만 불안 감정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몸과 마음의 얽힘을 실험실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 곧잘 경험한다. 숨을 깊게 가다듬어 두근거림을 누그러뜨리면 불안도 줄어든다. 한바탕 웃음이 때로는 우울함을 물리치기도 한다. 이번 연구는 분자생물학과 광유전학, 신경과학을 망라한 실험 장치와 기법으로 심장과 불안의 관계를 실험 증거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받는다.

연구진은 언론 인터뷰에서 공포의 순간에 소름을 돋우는 피부세포, 다양한 감정을 표현하는 얼굴 근육, 장내 미생물과 함께하는 대장을 비롯해 우리 몸의 여러 기관이 감정에 어떻게 관여하는지 후속으로 연구하겠다는 계획을 밝힌다. 그리고 인간 감정이나 정신장애를 이해할 때 뇌만 들여다봐서는 부족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몸은 마음 가는 대로 그저 뒤따르지 않으며,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더 많이 마음에 개입하는 듯하다. 이 봄에 몸을 움직여 봄 기분을 만들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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