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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오철우의 과학풍경] 유전자 편집 국제회의장의 기대와 우려

등록 2023-03-21 18:24수정 2023-03-22 02:36

겸상 적혈구병은 유전자 편집으로 치료하는 첫번째 난치성 유전 질환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병은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해 적혈구가 정상의 둥근 모양이 아니라 겸상(鎌狀), 즉 낫 모양으로 변해 혈관에서 서로 엉기고 뭉쳐 피 흐름을 막으면서 생긴다.(오른쪽) 유전자 편집 치료는 환자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를 뽑아 그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겸상 적혈구병은 유전자 편집으로 치료하는 첫번째 난치성 유전 질환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 병은 유전자 염기서열 변이로 인해 적혈구가 정상의 둥근 모양이 아니라 겸상(鎌狀), 즉 낫 모양으로 변해 혈관에서 서로 엉기고 뭉쳐 피 흐름을 막으면서 생긴다.(오른쪽) 유전자 편집 치료는 환자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를 뽑아 그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 다시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정확히 찾아 변형하는 크리스퍼 유전자 편집 기술은 2012년 등장한 이래 불과 11년 만에 과학과 의학에 큰 변화를 만들어냈다. 그 변화의 현주소와 의미를 되짚어보는 인간 게놈 편집 국제정상회의가 지난 6~8일 영국 런던에서 세계 각지 과학, 의학, 생명윤리학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2018년 중국에서 유전자 편집으로 태어난 ‘맞춤 아기’의 충격 속에서 열린 2차 회의 이후, 코로나19를 거쳐 5년 만에 열린 3차 회의였다.

이번 회의에서 가장 크게 부각된 것은 지난 5년 동안 체세포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이룬 성취였다. 첫날 회의장에는 난치성 유전질환인 겸상 적혈구병 환자로 임상시험에 참여해 병을 고친 두 자녀의 어머니인 30대 미국인이 유전자 치료 전후로 바뀐 삶을 절절하게 증언해 유전자 편집 치료의 가능성과 희망을 확인해줬다.

주로 흑인들에게 나타나는 희귀질환인 이 병은 적혈구가 본래의 둥근 모양이 아니라 겸상(鎌狀), 즉 낫 모양으로 생성돼 혈관 안에서 서로 엉기는 바람에 피 흐름을 막아 심각한 빈혈과 여러 합병증을 일으킨다. 적혈구 세포의 헤모글로빈 단백질을 합성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 단 하나가 잘못돼 발병한다. 원인은 단순하지만, 유전자 염기서열을 교정하는 과정은 무척 까다롭다. 치료는 환자 골수에서 혈액 줄기세포를 뽑아내어 유전자를 교정한 다음에 다시 환자 몸에 이식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러 외신 보도를 보면, 겸상 적혈구병의 유전자 편집 치료법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올해 안에 정식 승인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초의 유전자 편집 치료가 승인되면 다른 유전 질환의 유전자 편집 치료법도 뒤이어 좋은 결과를 내리라는 기대도 한껏 높아졌다.

하지만 난치병 치료의 희망이 당장 실현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현재 기술로 확립된 겸상 적혈구병의 유전자 치료 비용은 무려 수억~수십억원에 달해 많은 환자가 혜택을 받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더욱 부각되는 의료 혜택의 빈부 격차와 사회 불평등은 어떻게 풀 수 있을까?

회의장 안팎의 우려 또한 여전히 높았다. 회의장 밖에서는 맞춤 아기의 충격을 떠올리며 유전자변형(GM) 인간과 우생학의 출현을 막을 대책을 촉구하는 시민단체 시위가 이어졌다. 국제회의 조직위원회는 폐막 성명에서 후세대에 유전되는 유전자 편집 시도는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다시 천명했다. 맞춤 아기의 유전자 편집을 금지하는 국제합의가 생물무기 금지조약 같은 수준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유전자 편집 기술이 정교해지면서 기대와 더불어 우려 또한 먼 미래 이야기로만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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